중국의 20차 당대회를 보는 주요 관점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8월 30일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10월 16일 베이징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였다. 금번 20차 당대회에는 9,500만 명의 전체 당원 중에서 당의 영도 간부, 생산과 업무 제1선 당원, 일부 여성과 소수민족 당원 그리고 군을 포함한 각 분야 대표 등 모두 2,296명의 당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금번 당대회에서도 시진핑 총서기의 정치(政治工作)보고를 시작으로 당장(黨章)의 개정안 채택과 함께 형식적이지만 중앙위원(200명 정도의 정위원과 150명 정도의 후보위원)을 결정하게 된다. 새롭게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당대회가 끝난 뒤 바로 1중전회를 개최하여,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하고 이어 새로운 최고 지도부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중국의 특성상 당대회는 끝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며, 기존의 관련된 관행들이 지켜질지도 미지수이다. 따라서 금번 당대회에서 지도자 인선과 권력 구도 그리고 향후 주요 정책 방향과 관련 무슨 결과가 있을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지에 비중을 두고 전망해 본다.
1. 시진핑의 장기 집권 여부
먼저 이번 당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시진핑의 3연임을 포함한 그의 장기 집권과 관련된 것이다. 시진핑의 3연임을 위한 준비는 2017년 19차 당대 회에서 과거의 관례인 격대지정에 의한 후계자 선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하겠으며, 2018년 3월에 헌법을 개정하여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했을 때부터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실상 시진핑의 최소한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이후 2021년 6중전회에서 채택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제3차 역사결의)는 시진핑 주석 찬양이 주를 이루며, 그를 마오쩌뚱, 덩샤오핑 반열에 올려 놓음에 따라 시진핑의 3연임은 사실상 정해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금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자연히 세인의 관심은 과연 시진핑이 언제까지 집권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에 의해 장기 집권을 하게 될 것인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만약에 시진핑이 3연임을 넘어 장기 집권을 하려고 한다면, 시진핑이 새롭게 중간목표로 내세운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달성 목표 년도인 2035년까지(실제로는 23차 당대회가 소집되는 2037년, 시진핑 나이 84세) 집권하 고자 할 것이라는 추측과 더불어 나아가 마오저뚱과 같이 종신집권을 도모할 것이 라는 두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마오 시대와 같이 공산당 주석직을 부활시켜 그가 주석에 취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그렇지 않고 2027년 당대회에서 현직에서 물러나되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코자 한다면 덩샤오핑처럼 당내 비밀 결의를 통해 시진핑이 최종 의사 결정권을 종신 보유하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고는 하지만, 덩샤오핑처럼 당원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권위라든가 실질적인 업적은 부족하기 때문에, 만약 시진핑이 장기 집권을 하고자 한다면 당 주석직을 그 방안으로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록 금번 당대회에서 당주석직 부활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진핑에게 ‘영수(領袖)의 호칭을 부여한다든가 당장(黨 章) 개정을 통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줄여 “시진핑 사상”으로 변경한다면, 이는 시진핑을 마오져뚱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며, 이는 공산당 주석직의 부활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당 최고 지도부 구성 문제
당의 중앙위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 고위 지도부 인선은 시진핑의 권력 집중도를 파악해 볼 수 있고 시진핑 이후 차세대 지도자군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누가 인선이 되든 시진핑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하겠다. 또한 시진핑과 같은 권력자들은 대체로 기존의 관례에 구애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국무원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에서 과거의 인사 관련 관행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어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부분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68세 이상이면 정치국원이 될 수 없다는 7상 8하(七上八下)라는 관행이 어느 정도 유지될지 여부이다. 사실 이 관행은 장쩌민이 정적인 챠오스를 제거하기 위해 기존의 70세에서 하향 조정한 것으로서 이후 리루이환에게도 적용되었고, 권력이 약했던 후진타오의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그 관례가 계속 적용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으로서는 장쩌민과 같이 필요에 따라 예외를 만들 가능성이 있으 며, 만약 시진핑이 리커창, 왕양, 왕후닝을 이번에 모두 내보내 상무위원을 대폭 교체할 생각이라면, 연령제한을 1년 줄여 6상 7하라는 새로운 기준마저도 만들어질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치국 상무위원의 수도 일정한 규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당대회에서 과거처럼 상무위원 수가 9인으로 늘어나거나, 아니면 5인으로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다. 다만 2012년 시진핑이 총서기가 되면서 과거 9 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숫자를 7인으로 줄인 이유가 저우용캉이 관할하던 정법위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시진핑의 권력을 강화시키며, 최고 지도부의 의사결정을 신속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시진핑 체제에서 9인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순리이다. 셋째는 시진핑 이후 과거 상호 견제하던 태자당이나 공청단 그리고 상해방과 같은 파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장쩌민, 쩡칭홍을 중심으로 한 상해방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으며,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도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가끔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던 것으로 관찰된다. 어쨌든 상대적으로 시장친화적인 리커창, 왕양, 후춘화 등 과거 공청단 출신들이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남게 될지, 남는다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등은 시진핑 체제하의 권력구도와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는데 다소의 참고가될 수 있을 것이다.
3. 당대회 이후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
중국의 당대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일이 총서기에 의한 정치보고이다. 따라서 금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 5년간의 실적과 더불어 향후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를 하게 될 것이다. 금번 당대회에서의 정치보고에서는 현재 미국과의 전략적 갈등에 더하여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한 정치 경제적 문제 등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시진 핑의 확고한 장악력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금번에 새롭게 최고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주요 정책들이 유지되거나 시진핑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 정책들이 더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금번 당대회의 정치보고에서 다루어질 중국의 주요 정책과 관련해서는 지난 8월 시진핑 주재 정치국 회의 후 20차 당대회 개최를 발표하면서 일부 간략히 언급되어 있다. 동 발표문에는 “전체 인민들의 공동부유를 계속 확고히 추진하고, 당이 건설 하고 있는 새로운 위대한 공정을 계속 힘있게 추진하며,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계속 적극 추동하여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도록 한다”고 하였다.
공동부유는 시진핑 주도로 작년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계기로 크게 강조된 바 있다. 다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몇 가지의 비시장경제적인 정책들과 더불어 금년 들어 코로나 방역조치 등으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소 주춤해졌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앞으로 공동부유를 계속 확고히 추진한다는 것은 중국 국내 정치와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당이 건설하고 있는 새로운 위대한 공정”은 모든 분야에 대한 당의 전면 영도와 종엄치당에 따른 당정의 기강 확립을 말하며, 이것을 계속 힘있게 추진한다는 것은 금번 당대회에서 당의 전면적인 영도가 다시 한번 크게 강조되고, 반부패 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동 발표문에서 대외정책과 관련된 부분은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노력만이 언급되고 있지만 시진핑의 핵심 구호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국력을 계속 신장시켜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미중 관계 부분은 시진핑의 정치보고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진핑은 서방에서의 중국위협론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계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이에는 국방 력의 지속적인 확충이 포함될 것이며, 국제사회에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빈도를 늘려 대만해협을 포함한 중국 인접수역에서 미국 등의 군사적 활동을 적극 견제하고,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적극 노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통일 문제도 비중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무력 행사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대외적으로 호전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보고에서는 대만이 법적으로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평화적으로 통일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천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무력 행사 가능성을 남겨 놓는 한편,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무시하고 군사훈련 확대 등 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대만을 심리 적으로 압박하여 대만 스스로 무너지는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CSIS에서 미국내 중국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 면, 대만이 독립선언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은 2049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 44%,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한 것이 42%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흥미롭다고 하겠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적극 추진한다고 한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중국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최근 중국은 인류운명체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2022년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제시한 시진핑의 글로벌 안보 구상(Global Security Inititive)과 2021년 9월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글로벌 발전 구상(Global Development Initiative)을 자주 언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두 가지 구상들은 계속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GSI는 기존 시진핑의 신안보관을(공동의, 포괄적이고 협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 다시 포장한 것으로서 사실상 미국을 지칭하면서 냉전적 사고와 진영간 대결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 GDI는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자고 하면서, 이를 위한 글로벌 발전 파트너쉽을 강화하자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이 구상을 통해 개도국들에 대해 중국의 탈빈곤 정책의 성공을 선전 하고 미국의 경제 탈동조화 움직임을 견제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 가버넌스에 있어서 중국 방안이 옳다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와 관련, 한미동맹이 중국을 향하는 것을 견제하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현 대한반도 정책은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미중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민감한 전략적 사안을 둘러싸고 한중간 이견이 부각되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 강해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 자신의 경제적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해 다시 힘을 투사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과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서 한국에 대해 사용했던 중국의 압박이 오히려 한국민 들의 대중 정서만을 악화시키고, 한국을 한미동맹 쪽으로 더욱 다가가게 만들었다는 점도 감안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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