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40년 중국 사회의 변화와 전망

중국의 사회변화 측면에서 볼 때 개혁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시장화 개혁이 가져온 변화는 중국의 사회구조 뿐 아니라 계급·계층 분화 및 사회적 관계,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마저 바꾸어놓았다. 여기서는 사회구조 측면에서 개혁개방 40년 중국사회의 변화 과정과 특징을 정리하고 최근의 흐름을 평가해보도록 한다.
개혁 이전 중국은 부족한 자원 조건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 아래 행정 권력에 의한 자원배치와 물자배분이라는 재분배 체제를 유지했다. 한정된 자원을 중공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선택함에 따라 도시와 농촌 지역을 구분하고 토지와 기업단위, 노동력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이중적 사회구조를 만들어갔다. 도시와 농촌, 지역과 지역, 서로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 사회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숙인(熟人)사회’의 속성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이에 따라 지역 공동체와 사회관계 유지의 원리 역시 전통적인 방식이 결합된 형태로 지속되어왔다.
개혁 이후 농촌에서 토지승포권(承包權)을 기초로 한 가족농 체제로 전환되고, 시장 기제가 부분적으로 허용되어 계획 밖의 영역이 점차 증가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이나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기존의 호구제나 토지제도 등을 통해 도시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농촌에 묶어두고 도시 공공재의 혜택으로부터 이들을 배제하는 차별적인 행정 제도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이중의 결과를 가져왔다. 즉 호구제의 유지로 광범위한 저임금 노동력 저수지를 형성함으로써 이를 경쟁력으로 하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도시로 이동한 농민공들의 노동력만을 흡수하고 이들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잠재적 소비층을 확대시키지 못했고 이로써 이후 내수확대라는 중국경제구조 전환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단위 주택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도시 주민의 기득권을 인정해주었지만, 농촌 토지에 대한 개발권을 지방정부가 독점하여 지역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은 토지개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정당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시장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영관리자의 권한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노동계급은 점차 주변화되었고 도시 토지와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으로 도시 빈곤층이 형성되었으며 이에 따라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급속한 성장에 비해 사회보장이 낙후되어 교육, 의료 등 복지 관련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회집단이 급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 정부는 기존 도시 단위에 속해있던 직공들과 도시 주민들, 그 다음 농촌 주민의 순서로 차등을 두어 해결책을 마련하였다. 사회복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의 책임을 오랫동안 지방정부의 책임 하에 두면서 연금을 포함한 사회복지혜택의 격차는 직업 별, 계층 별 차이 뿐 아니라 지역 간 차이도 커졌다. 지방정부가 재정부족을 이유로, 혹은 기업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연금을 체불하거나 미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됨에 따라 연금 이슈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시위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 사진출처: 바이두 이미지
또한 유동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에 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도시관리체제는 무너졌고, 도시로 새로 유입된 유동인구를 포괄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시기층 관리체제 확립이 필요해졌다. 이에 대해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정책적 대응은 사회 거버넌스(治理) 기제 확립과 제도화를 통한 사회구조 재편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공안방식이 아닌 새로운 사회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부서비스 구매위탁방식을 통해 사구(社區)에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격자망(網格) 조직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기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갈등을 원천적으로 막아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당, 정부, 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사회 거버넌스 기제 구축의 구체적인 방안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공안과 서비스를 결합시킨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고, 특히 기층 당조직 건설(黨建) 사업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NGO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조직 내부에서도 당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복지서비스나 자선과 관련된 사회조직에 대해서는 체제 내로 적극 포섭하여 육성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나 인권 관련 단체에 대해서는 탄압하는 이중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존 단위 밖의 영역을 포괄하는 사회관리를 위해 다양한 사회조직을 육성·발전시켜야 하지만, 다시 당을 중심으로 사회조직을 체제 내로 포섭함으로써 기존의 단위체제와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성(省) 단위로 분할된 시장에서, 지방 관료에게 경쟁과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적 유인을 활용함으로써 달성해온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경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생긴 많은 구조적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내수확대 방침과 신형 도시화 계획은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도농일체화와 전국적인 시장통합이라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앙은 기존 지방에게 부여했던 재량권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데, 특히 지방 차원으로 거의 방치해두었던 사회복지를 중앙예산으로 편성하는 항목이 증가하고 있다. 하나의 통일 시장과 부강한 국가를 강조함에 따라 기존에 지방 상황에 따라 인정되어왔던 정책적 재량권과 자의성의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중앙의 책임과 권한이 커지면서 중앙이 말단 기층까지 개입하는 영역과 사안도 늘어났다. 기존과는 다르게 이제는 재정과 세수, 회계시스템의 전산화를 통해 중앙에서 지방을 감독할 수 있고 기층과 지역을 직접 연결하여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행정시스템도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의 분권(放)에서 다시 집권(收)으로의 정책방향 조정이 나타난 셈인데, 사회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동안 지방의 방치와 묵인 하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사회조직의 활동공간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자생적으로 생겨나 활동하는 사회조직에 대해 일정한 법 규범화를 통해 제한하기 시작했고, 2014년 해외단체와의 교류나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대표적이다. 90년대 이후 각 지방에 다양한 사회조직이 생겨나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이들의 존립과 활동이 법으로 보장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방정부는 부여받은 재량권으로 지역의 성장지표 제고를 위한 정책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개발과정에서 야기된 사회적 분쟁이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현재 중앙은 지방 책임으로 떠맡겼던 경제사회적 이슈들을 중앙 정책으로 체계화하고 관련된 법 규정을 마련해나감으로써 현대화된 법치국가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제 ‘법의 권위’를 빌려서 중국사회의 통치 구조를 재편하고자 하는 셈인데, 만약 법치화가 이러한 취지 하에 진행된다면 기존에 자생적으로 생겨나 등록을 하지 않았던 많은 사회조직의 존립기반은 사라지게 된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적 취약층을 보호하는 정책과 다원화된 이익관계를 조정하는 제도도 함께 마련되어야 했지만, 중국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는 데는 거의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지방 간의 경쟁에 의존하여 빠른 성장을 거두었지만, 사회적 갈등 조정 역시 지방의 임시방편적인 대책에 의존하여 봉합해왔기 때문에 갈등 조정의 경험이나 관련 제도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향후 중앙의 책임 하에 사회정책이 재정비되고 기술적 관리 하에 이를 대리 집행하는 지방정부의 행위도 어느 정도 단속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지역과 등급으로 나뉜 불평등한 복지혜택은 어느 정도 평등한 복지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산시스템의 전산화와 투명화로 지방이 행사할 수 있는 부패의 공간도 매우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구조 재편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변화된 흐름과 양립하기 어려운 위기적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현재 개혁을 위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방정책의 방향이 상호 모순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개혁의 중요한 고비 때마다 개방을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자유무역이나 물류, 투자 등 경제적, 물적 개방은 더욱 확대하려 하지만, 사회적, 문화적 개방은 오히려 축소하고 문을 닫고 있다. 교육, 사상, 학술, 지식, 미디어, 문화 등의 분야에서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있고, 이제는 인민의 생활과 오락까지 단속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둘째, 수평적 연대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집단시위나 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국가 중 하나지만, 그동안 쟁점화 되지 못하고 표면적인 안정이 유지된 것은 시위의 범위가 특정 기업단위나 지역으로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평적 연대가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노동자와 대학생 간의 연대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제이식(Jasic Technology) 기업의 노동조합 설립사건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지방 차원에 머무르던 분쟁과 갈등의 쟁점이 전국적인 이슈로 전환됨에 따라, ‘지방의 공민권’ 개념도 점차 ‘국민 공민권’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향후 경제상황이 좋지 않거나 사회복지 혜택에 대한 불만이 커지게 되면 인민들의 항의 대상은 점차 중앙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중앙은 멀리 있는 절대 권력자였지, 자신의 삶과 일상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통치방식 변화와 사회구조 재편의 과정에서 중앙국가가 인민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면, 중국의 정치게임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장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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