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民主)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For the people’과 ‘By the People’

“세계 인구의 5분의 1은 중국에 살고 있는데 그 나라는 4,000년의 화려한 역사를 통하여 한 번도 민주적 정부 형태를 갖지 못하였다.” 『민주주의』(On Democracy), 로버트 달(Robert Dahl).
“현대 민본주의(民本主义)의 민주(民主)이념은 3000년 전통의 중국 민본주의가 전승된 것이다. 민본주의의 함의는 간단히 말해, 정부의 유일한 존재 이유가 전체 국민 복지에 대한 ‘책임’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 없이는, 정부는 집권의 명분이 없다.” 中國模式: 解讀人民共和國的60年』,潘維.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Dahl)은 개념적으로 불확실했던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는 20세기의 ‘민주주의’를 그 이전 세대의 ‘민주주의’와 구분 지으며, 현대적 의미의 개념화를 위해, 최소정의적(Minimalist) 민주주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로 인용한 문장은, 로버트 달의 『민주주의』에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어로 번역된 같은 책 『论民主』에서는 이 대목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로버트 달이 생각한데로, 중국은 민주적 정부 형태를 가져 본 적이 없을까? 이는 중국 정부와 학계가 당면한 하나의 화두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 혹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국 학계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란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떠나서, 우리의 보편적 인식으로, 중국이 ‘민주’ 국가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 <로버트 달, 『민주주의』>
중국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우리의 이러한 인식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편견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 중국 학자로는, 북경대학교 국제정치학과의 판웨이(潘維)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중국의 독특한 정치모델을 ‘민본주의(民本主义)’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중국 수천년 역사의 전통사상인 ‘민본주의’에는 ‘민주(民主)’의 이념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의 ‘민주’는 정부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인민대표가 주인이 되어 민(民)을 위해 일하는 ‘위민(为民)’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현재 서구의 ‘민주’는 근대 이후에 형성된 개념으로써, ‘대의제(代议制)’ 즉 절차에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 <북경대학교 판웨이 교수>
물론, 중국의 전통사상을 통해 현재 중국의 정치모델을 설명하고자 하는 판웨이 교수의 주장을, 중국의 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인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 또한, 판웨이의 지나친 중국 특수성에 대한 강조를 쉽게 받아들인다고 볼 수는 없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학술적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피해야 한다는 자성적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찬성여부를 떠나, 서구식 민주가 민주의 개념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른바 서구 보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매우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단대학교 정치학과의 왕정쉬(王正绪) 교수는 “우리의 정치학이 직면하고 있는 언어환경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자유민주의 언어패권’이다.”라고 말하며,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가 정치학에서 완전한 하나의 패권적 지위를 자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자유 민주주의"는 한편으로, 대응적 혹은 하위 개념을 포함하는데, “자유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혹은 전체주의를 대응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정치 변화 혹은 정치 발전 등의 개념에서도 암묵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실현이나 민주화를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가끔 그들의 체제가 진정 다른 부류의 체제보다도 월등한 특정 형태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레닌(V. I. Lenin)은 한때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체제는 어떤 부르주아 민주주의체제보다도 100만 배 이상 더 민주적이다.” 이 말은 소비에트를 60년 이상 통치해 온 전체주의 정권의 기반을 세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설계자 역할을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다.1 『민주주의』, 로버트 달.
이러한 인식은, 비단 교수나 연구자들 뿐 아니라, 중국 학생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혀 있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19세기 말, 현재의 ‘민주’개념이 선거정치 혹은 선거제도와 결합하게 되면서, ‘선거’와 ‘민주’는 동일한 개념으로써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을 비롯한 동양 진영과의 이데올로기, 글로벌 정치경쟁이 일상화되자 서구는 '민주'의 사용을 독점하면서 비 선거 정체를 모두 비민주적 정체로 규정짓고, 오명화∙불법화(de-legitimation) 시켜왔다는 것이다.
  •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최근, 왕정쉬 교수의 강의 “비교정치연구”를 통해, 중국의 학생들과 이러한 주제에 관해 주기적으로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서구식 민주와 중국식 민주에 대한 중국 학생들의 보편적 인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투입’과 ‘산출’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민주’의 개념을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통해 살펴보면, 그들의 서구식 민주에 대한 비판점은 “By the People”(투입)으로 향하게 된다. 현재 서구의 ‘민주’에서는 “By the People”에 대한 편향성으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민주인 “For the people”(산출)이 경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의 중국에 대한 비판, 보편적 선거제도가 없다는 점(‘By the people’(투입)이 제거된 민주)에 관해서는, 중국의 민주는 오히려 ‘For the People’(산출), 즉 ‘위민(为民)’에 집중된 민주라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By the People”은 손쉽게, “중우정치”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위민”을 실현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일 뿐이지, 민주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판웨이의 주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민주주의”의 선거 제도하에서는 시진핑과 같은 지도자가 출현할 수 없다 인식으로 이어진다.
  •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 <Samuel P. Huntington>
이러한 “위민”에 중점을 둔 중국의 경향성은, ‘정치적 질서(Political Order)’의 실현에 관한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즉, 민주와 비(非)민주에 대한 체제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위민(为民)’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사회변천 중의 정치 질서(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는 하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최초의 학자 출신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이 쓴 ‘현대화과정 중의 정치영도방식 분석(现代化进程中政治领导方式分析)”이 헌팅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그가 푸단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헌팅턴과 왕후닝의 저서는 이곳의 학생들에게 하나의 경전처럼 읽히고 있다. 그들의 논의는 결국,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속에서 정치적 무질서를 방지하고 정치적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의 중앙집권적 통치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설령 그들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학자들이 말하는 우리들의 ‘편견’이 일견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잠시 한국에 돌아와서 지인들을 만날 때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을 ‘민주’는 부정적인 것이라고 세뇌를 받는 혹은 전체주의적 교육체제 안에서 ‘민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국가로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느끼는 것은, 그것의 목적성이 비판에 있을지언정, ‘자유 민주주의’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달이 언급했듯이, 민주주의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속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되었으며, ‘민주’의 개념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연구적 경향은, 섣불리 그 정합성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적지 않은 서구 지식인들 또한 중국식 권위주의 모델이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다른 개발도상국에게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겨날 수 있으며, 이를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1) 권위주의 국가 또한 자신들이 민주적 국가라고 주장하는 행태를 비판한 이 문장 또한, 중국어 번역서에서는 삭제되어 있다.
참고문헌

罗伯特·A·达尔. (2012). “论民主.” 中国人民大学出版社.

로버트달. (2013). “민주주의.” 동명사.

潘维. (2009). “中国模式——解读人民共和国的60年.” 中央编译出版社.

Samuel P Huntington. (2006).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王沪宁.(1988). “现代化进程中政治领导方式分析” 复旦学报(社会科学版)

王正绪. “是时候打破“自由民主话语霸权”了.” 观察者: https://m.guancha.cn/Wang-Zhengxu/2019_02_09_489575. (2019-02-09)

푸단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정치학이론 석사과정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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