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시민사회 협력에 관한 제언 하나
-보건‧위생 분야에서의 협력-

중국은 잘 알려진대로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이기에, 물 부족 문제는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해소하려는 사안이다. 그리고 중국 각지의 보건-위생 방면의 취약성과 낙후성 탈피 또한 중국 정부의 사회정책의 6대 중점과제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영역에 있어 한국의 보건-위생 분야 전문 엔지오들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할 텐데 그 외에 특별히, 관련 분야의 고도의 적정기술 역량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을 활용하여 양국의 시민사회의 협력을 제고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적정기술이 반영된 제품과 디자인을 중국측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한중 시민사회 간의 보다 심도 있는 협력의 돌파구가 열리게 된다는 뜻이다.
2018년 2월 27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경제성장에 위협을 초래하는 중국의 심각한 물 부족 문제가 ‘낙타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즉, 중국 경제가 사막의 낙타처럼 반드시, 그리고 매우 신속하게 물 자원 부족 상황에 적응/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전체 물 자원은 평균적으로 인당 2,000㎥/년이지만 그의 80%가 남방에 집중되어 있으며, 북방지역은 대부분 고질적인 물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초광역수도권인 징진지 지역(京津冀- 베이징, 텐진, 허베이)의 약 1.2억 명의 인당 물 자원은 1,000㎥/년 미만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25년 동안 약 2만 8천개의 하천이 소실되었고, 지하수의 수위는 매년 1~3m씩 하락하고 있으며, 황하의 유량은 지난 100년 동안 9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흔히들 남방지역의 풍부한 물의 북방지역으로의 공급 그리고 해수 담수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남방지역의 물을 공급한다해도 징진지 지역을 비롯한 북방지역 전체의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태부족한 상황이며, 해수 담수화 작업 역시 고비용 및 저효율의 문제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2015년 8월에 중국 정부가 관광업 활성화 등을 위해 내놓은 ‘화장실 혁명(厠所革命)’을 통해 전국적으로 공중화장실 보급 및 개보수와 화장실 내외부의 개선 등이 추진되었다. 2016년까지 중국 전역에 총 2만 9천 여 곳의 공중화장실이 신축되거나 개보수 되었는데, 이는 관광객과 행인들에게의 편의 제공은 가능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고질적인 물 자원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이 중국 전체 물 사용량의 25% 정도를 (샤워, 설거지, 세탁 등 제외) 차지하기 때문이다. 절수형 양변기가 1회 사용에 최소 6리터, 절수형 소변기의 경우 최소 2리터가 소모된다고 하니, 성인 한명이 평균적으로 하루 최소 90리터의 물을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공중화장실은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악취와 세균번식 등 위생문제를 발생시킨다. 대소변과 물의 화학적 결합은 악취 발생 및 세균과 박테리아의 증식을 도와 오히려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화장실 내에서 물 사용을 억제하는 건식변기의 유용성과 적실성이 제기되면서 무수 소변기(waterless urinal)의 설치와 보급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대소변을 배출할 때 물을 사용하지 않기에 수자원 절약에 매우 효과적이고, 고질적인 악취와 세균번식의 문제도 해결되어 시민들의 위생개선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고도의 적정기술이 반영된 변기/화장실 보급 능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과 디자인을 중국에, 특별히 농촌 등 빈곤지역의 마을과 가정에 공급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작년 3월 제13기 전인대 제1차회의 때의 정부업무보고를 보면, -기존의 관광지와 도시지역을 넘어- 농촌지역의 화장실 혁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정책방침을 활용하여 중국의 농촌 등 빈곤지역의 마을과 가정에 상하수도 시설과 정화조가 필요 없는, 즉 적정기술이 반영된 변기를 보급한다면 물 부족 문제와 보건-위생상의 취약성의 문제를 동시에 그리고 상당한 정도로 완화할 수 있다.
중국의 농촌의 상황을 보면 도시와 달리 상하수도와 정화조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많다. 따라서 대소변 등의 오물이 강과 하천에 그대로 유입되어 수인성 질병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서민층 및 빈곤층 주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그리고 상하수도 시설과 정화조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해도, 앞에서 언급한대로 그것은 상당한 양의 물을 소비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 외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나 인도 등의 광대한 국가에서 농촌을 비롯한 전역에 상하수도와 정화조를 설치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게 상당한 재정적 및 행정적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현지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그리고 저비용 및 고효율의 적정기술의 보급과 활용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상하수도 시설과 정화조와 전기시설 등이 별도로 필요 없는, 고도의 적정기술이 반영된 변기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 태양열에 의해 작동되는 변기인데, 물을 내리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대변이 자동적으로 소멸되게끔 설계되어 있고, 소변의 경우 변기/화장실 하부의 특수시설을 통해 처리되어 논밭의 거름으로 활용되게 된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제품과 디자인을 중국의 지방과 농촌에 공급하게 되면 중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주거환경 개선, 보건-위생상의 개선 등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보급의 과정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농촌개발 및 보건위생 영역 관련 엔지오들이 협업자로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엔지오들이 정부기관, 코이카 혹은 기업 등의 재정지원을 받아 해당 중소기업으로부터 변기 제품들을 구매한 뒤, 농촌개발 및 보건위생 영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로컬 엔지오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방식의 협력을 넘어, 해당 제품과 디자인의 설치와 관리 및 보수, 그리고 더 나아가 농촌 등 소외/취약지역의 마을과 주민들의 보건위생 현황 모니터링과 조사, 보건위생 상황의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개발과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양국 시민사회 간 협력의 심화를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사진출처: 뉴시스 및 네이버 블로그)
    (사진출처: 뉴시스 및 네이버 블로그)

동서대학교 국제관계학전공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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