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을 앞둔 짧은 생각,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장벽들과 미래상

2016년 사실상 부산의 대중국 민간외교 모델로는 처음 시작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올해 5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겨우 5주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실무를 총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올해는 마치 산고의 고통을 겪고 출산한 아기를 금지옥엽처럼 키워 이제 막 유아의 티를 벗어난 5살의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그런 해와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개최를 가로막는 장벽을 간단히 정리해보고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미래상을 꿈꿔보고 싶었다. 독자들의 질정과 많은 제언을 기대한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개최의 첫 번째 장벽은 사드(THAAD) 위기
북한의 핵실험의 여파로 2016년 7월 사드(THAAD) 배치가 확정되자 중국 당국의 반발은 거셌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가 중국 동제대(同濟大) 중국전략연구원과 상호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민간 차원의 도시외교 모델인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개최를 합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던 시점이었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개최를 위해 동서대 중국연구센터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별히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사드배치로 인해 급속히 얼어붙은 한중관계의 당시 분위기는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었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비난하는 거친 언사가 중국 언론에서 터져 나왔다. 매년 오던 대규모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었으며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이러한 차가운 분위기가 계속되는 상황 하에서 제1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2016년 11월5일에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 참가했던 한 국내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당시 한국과 중국 사이의 거의 대부분의 민간 행사들이 중단되고 취소된 상황 하에서 유일하게 열린 민간 행사였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했던 실무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동제대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여 상하이를 대표하는 학계 전문가를 비롯하여 기업인들도 상하이 대표단에 포함되었지만 본래 오기로 예상되었던 상하이의 시 정부관계자, 언론인 등은 처음에 논의했던 것과 달리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측 참가자들은 사석에서는 웃는 모습이었지만 예전과는 달리 다소 경직된 듯 차가운 느낌이었고 아니다 다를까 공식 회의석상에서의 발언은 토론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웠다. 좀 과장하여 말하자면 기-승-전-사드라고 할 정도로 중국 측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 측의 대응은 진솔했고 극진했다. 부산시장이 직접 참여하여 축사를 했고 동서대 총장은 중국 측 참여자들과 어께동무를 하고 일일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한국 측 전문가들도 중국 측 전문가들과 솔직한 토론과 대화를 나누었고 동서대 중국연구센터는 중국 측 참여자들이 귀국하는 다음 날까지 작은 부분 하나하나 손님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2박3일의 기간 동안 무엇보다 상하이 측 참여자들이 모두 공감한 것은 부산과 동서대 중국연구센터의 진심어린 마음이었다. 동제대의 핵심 관계자는 떠나는 날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서로 진심이 있으면 자연히 해결된다. 이번 회의의 진심어린 대접을 잊지 않겠다. 내년에 우리가 어떻게 다 보답할지 좀 걱정이 될 정도다.”

이러한 진심어린 서로의 마음이 통하였기 때문이었을까? 그 다음해이자 한중수교 25주년이었던 2017년에 비록 한중관계는 사드문제로 인한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악화된 상태였지만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2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물론, 2017년 12월 중순에 한중정상회담이 개최되며 2018년 한중간 국가관계가 점차 회복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이후 2018년 제3회 그리고 2019년 제4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더욱 전진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부산-상하이 포럼에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대 방침은 여전히 강고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두 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문제 해결에 대한 주문을 빼놓지 않고 요구한 바 있다. 더욱이 미(美)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가능성과 관련하여 한국이 일본과 함께 그 후보지로 떠오르자 중국 당국은 반대 입장을 공개천명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른바 사드 문제로 대표되는 미-중간 군사적 대립 문제는 여전히 한중관계 진전에 결정적인 저해 요인이며 이는 부산-상하이 협력 포럼에도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있다.
2020년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5주년을 앞두고 나타난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장벽.
2019년 가을 제4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을 마치고 이를 총결하는 작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020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5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보다 부산-상하이 도시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부산-상하이 사이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며, 민간 중심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을 부산과 상하이의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의 도시협력 모델로 전환하자는 의견에도 많은 지지가 있었다. 부산과 상하이 사이에는 해양, 물류, 관광, 금융, 영화 등 다양한 논의가 가능한 만큼, 제5회 부산-상하이 협력부터는 규모를 좀 더 키우고 논의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1.5트랙 형태의 대중국 도시외교 모델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제5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올 1월 우리는 한중관계 진전을 저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장벽에 직면한 상태이다. 바로 소위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어지는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이 그것이다. 정확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사스(SARS), 메르스(MERS)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중국 우한(武汉)의 수산물도매시장이 진원지로 알려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30일 현재 총 7,81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170명이 사망했는데, 사망은 모두 중국에서만 발생했다.

문제는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중국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야 우한 등 후베이성(湖北省)의 주요 도시를 봉쇄하고 전염병의 창궐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이미 중국 전역으로 그리고 해외 각국으로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진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이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도축, 유통, 섭취하는 과정에서 박쥐 등 야생동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한 이유라고 알려지면서 한국 포털의 댓글 게시판에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모든 중국인의 입국을 막자는 국민청원이 60만 명이 넘었고, 한국에 와있는 모든 중국 관광객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리포트를 서슴없이 내보내고 중국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들이 등장했다. 지금도 중국인 모두를 비위생적인 사람들로 치부하는 혐오의 생각들이 일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 인류를 끝장낼 바이러스는 정녕 ‘혐오’일 겁니다.” 중국연구자이기도 한 어느 작가의 일갈에서처럼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전파되고 있는 혐중 정서는 사람들이 가장 공포스러운 가장 큰 무서운 바이러스일지 모른다. 서구의 인종주의를 내재화하여 자기분열의 동아시아를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환경요인의 변화, 세계화의 심화 등으로 이제 새로운 바이러스가 계속 출몰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예측도 있다. 우리 이웃에 위치한 중국의 인구 규모와 영토 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중국발 바이러스의 한국 상륙이 완벽하게 통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한중관계와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에 바이러스라는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한국과 중국의 시민사회의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것이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의 미래상은 다양한 주체 사이의 진심을 소통하는 민간외교
1992년 한중수교 이래 많은 한국의 지방정부가 중국의 지방정부와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인 지방정부 간 외교를 펼쳐왔다. 그러나 실제 한국 각 지방정부가 중국 지방정부에 대해 집중하는 외교적 노력의 대부분은 지방정부 공무원 사이의 의전외교이거나 경제통상 외교도 단기적인 경제실적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실제 사드 배치 등 미-중 간 안보갈등으로 야기되는 어려움, 바이러스 전파와 혐오의 문제 등 한-중 지방 사이의 관계는 이제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들로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반복될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중 지방사이의 지방외교는 이제 차별화된 새로운 틀과 접근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한국과 중국의 지방외교 혹은 지방협력의 주체를 지방정부 단위로만 접근하지 말고 도시(지역)/시민공동체 단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국민국가의 하위 정부로서 지방정부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도시 간 시민 네트워크로 접근하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단기적 이익 중심의 경제협력이 아닌 평화와 환경, 복지,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경제협력과 상호연대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 지방정부 사이에 단기적으로 아무리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안이 어떤 지역 사회이든 그 시민사회의 균열과 고통을 가져온다면 이는 사회적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시민들의 저항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 양 지방 사이에 실질적인 경제협력과 사회적 지속성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양 지방 사이에 네트워크화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재’(public good)를 생산할 수 있고 그 경험을 축적하여 지속적으로 한-중 양 지방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여, 개입할 수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이를 부산과 상하이의 관계로 적용해보자. 결국, 부산과 상하이는 부산-상하이 협력포럼과 같이 양 도시 사이의 민간교류와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공고화하고 활성화해야하며 이러한 민간 플랫폼은 부산과 상하이의 시민참여형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즉, 부산과 상하이는 부산-상하이 협력포럼과 같은 민간교류 플랫폼을 통해 국제적인 도시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한다. 또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과 같은 도시 민간교류 플랫폼은 인격적인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합체로서 시민사회 내 다양한 주체 사이의 진심의 소통관계를 일상화시키는 방식으로 밀도있는 상호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협력방안을 함께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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