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양회 이후 외교분야 전망- 2019년, 온중구진(穩中求進)과 험로 사이

2019년 2월 28일,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열렸던 북미 간 하노이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이라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회담은 매우 아쉬웠지만, 사회과학의 단기적 전망과 예측이 때로는 얼마나 허무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복기해줬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했다. 또 낙관론으로 점철됐던 최근 분위기를 다소 진정시켜 주는 역할도 했다.
하노이정상회담은 중국의 양회(2019년 3월 3일~15일 개최) 직전에 열렸다. 하노이정상회담 실패에 대한 충격은 한반도 당사자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담을 그 누구 못지않게 관심 깊게 지켜본 국가는 다름 아니라 중국이기도 했다. 중국의 주변국가정책에서 북한은 동북아의 현상을 지탱하는 매우 주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의 대외관계는 미중 간 무역마찰이라는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제조2025라는 중국의 경제적 목표와 미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분투가 이어진 한 해였다. 2019년 양회에서는 중국제조2025라는 표현도 사라졌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부러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를 감안해 필자는 2019년 양회의 내용을 검토하고 올해 중국 대외관계의 향방을 짧게 요약하고자 한다. 중국 전인대의 꽃은 바로 총리가 육성으로 발표하는 정부업무보고에 있다. 정부업무보고에는 중국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지지만, 외교 분야에 대한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데 올해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세계는 백년에 없던 대비상시국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장차 평화발전의 길을 벗어나지 않을 것을 확고히 할 것이다. 상호이익과 공영의 개방전략을 봉행할 것이고, 다자주의와 UN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를 확고히 옹호할 것이다............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의 개혁 완성에 적극 참여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확고히 옹호하고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추진할 것이다............. 주요 대국들과의 소통 및 대화와 협조 및 협력을 강화하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개발도상국들과의 상호이익과 협력을 확장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적극적으로 전지구적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고 분쟁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방안을 더욱 많이 제공할 것과 중국은 각국과 손잡고 협력하며 난관을 함께 극복하고 세계의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새로운 형식의 공헌을 할 것이다.”
한편 전인대 개막 하루 전인 3월 4일에는 장예수이 전인대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이 회견에서 미중관계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중국의 대미정책은 일관적이고 명확하다. 중국은 미국과 충돌도 대항도 하지 않고 상호존중하고, 협력 공영하는 관계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중국은 자신의 주권, 안전 및 발전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할 것이다.............. 2018년 미중 무역협상에 발생한 분쟁적인 양상 속에는 양국의 이익이 깊게 엉켜 있어 충돌과 대립의 중미관계는 어떠한 일방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하노이정상회담은 비록 결렬되었지만, 북미 모두 지속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으므로 건설적인 회담이었다.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고 해결이 상당히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관건은 정치적 해결의 정확한 경로를 견지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건립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고 있고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
3월 8일에는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인 왕이 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2019년 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 회견은 큰 틀에서 장예수이 대변인의 회견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반도문제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북미 간 대화가 멈추지 않고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결국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 현재 정체되어 있는 북미 간 핵 협상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실현의 로드맵을 공동으로 제정하고, 이 토대 위에 단계적, 동시적인 원칙에 따라 매 단계에서 상호 연계하고 상호 촉진하는 구체적 조치를 명확히 하고 각 측이 동의하는 감독기제에 따라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순서에 따라 추진하는 것을 제안한다.”
2019년은 중국에게 있어 여러 기념의 해이기도 하다. 우선 미중수교40주년, 해군창설 70주년, 5.4운동 100주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북중수교 70주년, 마카오반환 20주년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이미 치렀거나 치룰 예정이다. 최근 4월 25일~27일에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회의에는 칠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이탈리아 등 37개국 정상과 국제통화기금 총재,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40명이 참석했다. 이는 제1회 포럼보다 더 많은 국가와 기구들이 참여한 것으로 많은 의구심 속에서도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성장하고 있는 추세임을 잘 보여준다.
2019년 중국 양회 기간의 정부업무보고와 유관 지도자의 기자회견, 그리고 위와 같은 올 한해 일정을 감안하면 중국의 대외관계는 작년까지 강조됐던 강국건설 등의 표현이 수정되고 온중구진과 험로 사이를 오가는 한해가 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1) 험로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직 미중 간 무역협상이 아직 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미중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되고, 양국 간 협의가 원활하게 마무리 된다면 중국은 이 험로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당분간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온중구진의 우회로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됐던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중국은 당분간 온중구진과 험로 사이의 길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 1) 2018년 12월 29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신년 다과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새해에도 중국은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따라 온중구진의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온중구진은 2012년에 내세운 바 있던 경제사회 기조이기도 하다. 중국의 양회를 관전한 많은 전문가들은 2019년 중국의 대외관계가 유소작위(有所作爲)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필자는 온중구진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 여겨져 이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구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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