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의 미중관계와 한국

1.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정책 전망
지난 1월 20일 바이든이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 하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북핵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더불어 지역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 중국정책의 향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무엇보다도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대처와 더불어, 지난 1월 6일 미 의회 폭력적 난입 사건에서 보듯이 국내 정치의 분열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대응, 경제회복 조치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국내적 사안들이 적지 않아 당분간 대외정책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자신을 포함하여 블링컨 국무장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캠벨 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오스틴 국방장관 등 바이든이 이미 임명하였거나 그 주변에 있는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은 대부분 상당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각 부서 간의 의견 조율만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외정책이 생각보다 빠르게 제시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어찌 되었든, 현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윤곽은 바이든의 Foreign Affairs지 기고문들 포함하여,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 그리고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들의 인준청문회 언급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큰 방향에서 몇 가지를 추출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중시 정책은 계속될 것이며, 레토릭이나 전술면에서는 보다 세련되고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변화가 있겠지만, 기존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이라는 큰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상기 핵심 인사들이 오바마 시절 아시아 재균형정책(Rebalancing to Asia)을 주도했었다는 점과 더불어, 지난 수년간 미국 의회를 포함한 조야에서 대중 전략적 압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콘센서스를 이루어 왔기 때문이며, 향후 중국과는 경제, 군사, 이념과 체제 등 분야에서 포괄적인 경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이다. 바이든 자신도 이미 트럼프의 대중 압박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해인스 국가정보국 국장과 블링컨 국무장관, 그리고 오스틴 국방장관의 인준청문회 시 답변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대중 전략적 압박은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력 우위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기부터 진행되어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강화 노력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관계에서 백악관이 중심이 되어 외교보다는 군사력에 의존하는 압박을 선호한 것에 비해, 바이든은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에 의한 문제해결을 지향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블링컨 국무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경쟁은 계속하더라도 감염병이나 기후변화, 핵비확산 문제 등 글러벌 이슈에 대해서는 중국과도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은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있어서 미국 자신의 역량을 제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의료, 교육, 사법제도 등 개혁과 더불어 국내 인프라 건설과 R&D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통상정책 측면에서도 트럼프 식의 대규모 징벌적인 관세를 통한 조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중국과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되, 미래 첨단 기술과 관련되거나 미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한정해 불공정 무역과 cyber security라는 관점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트럼프의 “America First”에 기초한 미국 일방주의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를 복원, 강화하고, 국제 다자체제를 중시하면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적극 관여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의 기후변화 협상체제와 WHO 복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블링컨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은 겸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이와 관련, “핵심적인 동맹관계들을 강화시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이 어떻게 동맹관계를 강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나오고 있지는 않다. 다만,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인준청문회에서의 서면으로 된 모두 발언에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한다면,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 인한 위협들에 대응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데 있어서 훨씬 좋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함께 대응해야 할 위협에 중국이 빠져 있다는 점인데, 만약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라면, 앞으로 미국의 대중 정책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한편 미국의 다자체제 중시와 관련, 동아시아에서의 다자 협력체제에 미국이 어떻게 참여하여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일각에서는 CPTPP에 미국이 가입하여 역내 경제협력에서의 지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재 민주당 내의 분위기로서는 미국이 가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과거 오바마 시절에 그랬듯이 APEC, EAS, ARF 등 기존 동아시아 협력체에는 트럼프 시절과는 달리 새로운 행정부가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적극 참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강조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는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대외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가 존재해 왔으며, 공화당의 트럼프 시기 후반에도 중국과의 이념과 가치 경쟁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바이든 자신도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 (Democracy Summit)를 금년 내에 개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것은 표면상으로는 특정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권위주의 국가 중국에 대한 이념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 내에서는 홍콩, 신장 위글 등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바이든 민주당 정부로서는 이전 정부보다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국이 중국과 글로벌 이슈에 대해 협력을 추진하면서 이념과 가치 면에서의 충돌이라는 상충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라고 할 것이다.
2.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미중관계에 대한 중국의 시각
중국은 비록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에 국가부주석으로서 미국을 방문했던 시진핑과 친분을 맺은 바 있고, 비교적 중국에 대해 온건한 견해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있어서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인식은 민주, 공화 양당에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미국의 대중국 전략적 압박이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홍콩문제나 신장위글에서의 인권문제 등은 향후 미중관계에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중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아직은 미국보다 약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앞으로도 경제발전을 지속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 기간 미중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비록 자신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그간 중국의 대미정책이 대체로 미국의 대중정책에 반응하는 성격이 주를 이루었던 이유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바이든 측이 글로벌 현안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가급적 이러한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갈등을 완화해 나가려고 할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중간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내 일부 중견 학자들 중에는 중국이 지난 수년간 추진해왔던 공세적이고 확장적인 대외정책을 일부 전술적으로 후퇴시켜 국제사회에 보다 우호적인 제스추어를 보냄으로써 바이든 정부 초기에 안정적인 미중관계를 구축하자는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시진핑 지도부가 과연 그런 의견을 채택할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을 장기적인 각도에서 보고, 중국식 가버넌스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2050년까지 세계 일류의 군사대국을 만들겠다는 강군몽이나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당면한 과제로서 미국의 디커플링 움직임에 대비하여, 국내 소비 증대를 중심으로 한 쌍순환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를 묶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중국 자신의 독자적인 과학, 산업기술에서의 혁신을 위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결국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미국의 기존 대중 전략적 압박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며, 미국이 기후변화나 핵비확산, 감염병 대처와 같은 글로벌 이슈를 비롯하여 중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중국도 이에 호응하여 미중관계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더욱 첨예화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에의 함의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을 중시하고 이를 복원 내지 강화시키겠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 증대되는 상황 하에서 한국의 안보를 굳건히 하는 것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에 따라 아마도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전시작전권 이전 등 동맹 현안과 관련한 한미간의 견해 차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대북전단법 제정에 대한 불만이라든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이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을 강하게 요청해 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우리가 좋든 싫든 한반도와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쳐왔으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한국은 늘 북한의 무력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며 최대 흑자대상국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를 원만하게 양립시키는 것이 한국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서 한국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적 압박에 한국이 어떤 형태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해 올 것인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상황에 따라서는 바이든 정부가 사드의 추가 배치나 중거리 탄도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론되었던 QUAD 플러스 안보협의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염두에 두었던 EPN(경제번영네트워크), 실제로 화웨이 등을 대상으로 미 국무부가 추진했던 Clean Network Initiative가 바이든 신 행정부 하에서 계속 추진될 것인지 또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든 식 다자협력 네트워크가 추진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쿼드(QUAD) 안보협의체는, 지난번 도쿄에서 개최된 쿼드 외무장관 회의가 종료후 공동성명을 내지 못할 정도로 중국 문제와 관련 4개국 간에 큰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노정한 바 있다. EPN은 미국 내에서도 그 개념이 분명치 않으며,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적 이해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견해가 적지 않았다. 이는 과거 냉전시대와는 달리 글로벌화에 따라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돼있고, 현 국제다자체제에 중국이 깊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전선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또한 한국이나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의 정책에 호응한 특정 동맹국에 대해 중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이 이러한 제재조치를 무력화시킬 의지와 방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구상을 하더라도 이러한 현실 인식에 기초하지 않으면 그 구상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한국으로선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보다 구체화되고, 미국이 추진하려는 다자협력 네트워크의 목적과 그 운용방식이 보다 명확해질 때까지 그 추이를 관망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안보협력 참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국가와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으로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개방적인 다자 협력체제를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에서 노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이 글로벌 차원의 다자이든 아니면 소규모 다자체제이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크게 상충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다자 틀에 가급적 참여해서, 거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는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이 이미 개최를 천명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나 영국이 제안한 Democracy 10 구상이 본격 추진된다면, 한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발언권을 확대하여 우리의 국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참가 의사를 표명한 CPTPP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한국이 TPP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중국을 고려해서라기보다는 우리 국내 관련 업계가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도모하기 위한 이러한 다자협력의 틀에 적극 참여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CPTPP 가입의사를 표명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겠다. 이외에도 APEC이나 EAS 등 기존 동아시아 다자협력 무대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지적재산권 보호, 사이버 안전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편 한미 양자차원 협력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경제적인 분야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G 등 미래 산업을 위한 R&D와 생산,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표준 제정 등에서의 한미간 협력을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심인 동남아와의 경제적 연계 인프라 사업들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와 관련,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서 보건위생, 교육, 환경 등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이 지역에서의 협력사업을 적극 전개할 수 있도록 ODA 예산을 대폭 증액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북핵문제에 관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앞서 언급한 산적한 국내적 현안 이외에도 이란 핵문제가 주요 현안이기 때문에 트럼프 시기와 달리 북핵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바이든은 실무협의를 우선시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상향식 의사결정을 선호하고,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북핵협상은 당분간 정체될 우려가 있다. 물론 현 한국정부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한 북핵문제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시키길 희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교장관과 대통령의 조기 방미 등을 통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하고자 할 것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바이든 행정부와 어떻게 의견이 조율될지는 분명치 않다.
북핵문제는 국제적인 핵비확산 체제와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서, 미중 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동의하고 있으며, 바이든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중간 전략적 경쟁의 상황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하여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한반도 문제의 주요한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는 중국은 작년 초부터 북미간 핵협상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있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북미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접근을 택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바마 시절 이란 핵협상에 관여했던 블링컨이 기존의 북핵접근법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어쩌면 다자협상체제로의 전환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변수는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일 것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그간 별 효용이 없었다고 평가된 6자회담에의 복귀보다는 아마도 남북미중의 4자회담을 선호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경우이든 한미일 북핵공조를 다시 제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3국공조는 자칫하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립 구도를 부각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에 대응하면서, 북한이 다자회의를 거부할 경우를 포함하여 향후의 한반도 문제 협의를 염두에 둔다는 의미에서 한국이 나서서 한미중 3자 협의를 동시에 추진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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