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애국주의’ 영화 열풍 현상에 대한 단상(斷想):<전랑II(戰狼II)>(2017), <홍해(紅海行動)>(2018)을 중심으로

중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전랑II>, <홍해>
최근 중국에서 애국주의 영화의 흥행 열풍이 뜨겁다. 아프리카에서 중국 교민을 구출하는 전직 특수부대원의 활약을 다룬 <전랑II>가 2017년 7월 개봉되어 중국영화사상 최고의 박스오피스 흥행인 56.8억위앤의 대흥행을 기록하였으며, 2018년 2월에는 중국 특수부대원들이 해외 교민을 구출하는 액션영화 <홍해>가 36.5억위앤의 흥행을 올리며 중국영화사상 흥행 2위에 올랐다. <전랑II>는 중국의 액션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우징(吳京)이 감독, 시나리오, 주연을 맡은 123분 분량의 액션영화이며, <홍해>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정(海政)TV예술센터와 민영영화사인 보나(博納)영화사 등이 합작한 138분 분량의 전쟁액션영화로, 홍콩 감독 린차오센(林超賢)이 연출을 맡았다. 1년 기간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중국영화사 최고의 흥행 1위, 2위 영화가 잇달아 출현한 현상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두 편의 영화가 공통적으로 중국 특수부대원들의 해외 활약상과 애국주의를 전면에 표출한 영화라는 점에서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최근 중국영화계의 ‘애국주의’ 열기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랑II>와 <홍해>와 같은 애국주의 영화의 대흥행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진핑 시대의 정치사회적 화두(話頭)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의 통치이념이 대중문화 영역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인가, 혹은 중국 영화시장 대중들의 취향과 영화문화에 새로운 변인이 작동한 것인가. 이를 위해 ‘영화텍스트 분석’과 ‘컨텍스트적(context) 문화연구’ 방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보면, 최근 ‘애국주의’ 영화 열풍의 흥행 요인과 특징을 ‘영화산업’, ‘국가정책’, ‘영화텍스트’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찾을 수 있다.
  • 사진출처: 바이두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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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요인: 세계 1위로 성장하는 ‘규모의 시장’과 대흥행 영화의 출현
첫째, 영화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대흥행 영화가 출현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조성되었다. 중국영화는 2001년 12월 WTO가입 이후 연평균 25%에 달하는 놀라운 매출액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7년 559억위앤, 2016년 457억위앤의 박스오피스 매출액 규모를 보이며, 2012년 세계 영화시장 2위로 올라선 이래, 세계 1위 북미시장 추월을 꿈꾸고 있다.1) 특히, 주목할 만한 통계는 관객수와 스크린수는 이미 세계 영화시장 1위를 넘어서고 있다. 2016년, 2017년 관객수는 각각 13억 7천만명, 16억 2천만명으로, 평균관객수는 연 1회 정도로 미국 3.3회, 한국 4.25회, 프랑스 3.1회에 비해 저조한 편이지만, 13억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잠재적 영화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관객수의 급증은 영화관과 스크린수의 급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국의 스크린수는 50,776개로 전년보다 23.3% 늘어난 9,597개가 증가하였다. 매일 30개의 스크린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와 같이, 최근 중국 영화시장은 박스오피스의 성장, 관객수 증가, 스크린수 확대, 하이컨셉(high concept)의 블록버스터영화의 흥행, 장르영화의 시장 정착 등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대흥행 영화가 출현할 수 있는 영화환경이 조성되었다. 중국영화가협회가, “최근 중국영화는 시장의 황금시대에서 창작의 황금시대로 흘러가고 있다(中國電影正在從市場的黃金時代走向創作的黃金時代)”고 선언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규모의 시장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2) ‘규모의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대흥행 영화의 규모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기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2012년 <로스트 인 타일랜드> 12.6억위앤, 2014년 <몬스터 헌트> 24.4억위앤, 2016년 <미인어> 31.7억위앤, 그리고 2017년 <전랑II> 56.7억위앤으로 최고 흥행 규모가 점점 더 대규모화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영화시장 규모 1위를 향해 질주해 나가고 있는 중국 영화산업의 급성장과 대규모 영화시장으로의 환경변화가 <전랑II>, <홍해>와 같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대흥행 영화가 출현할 수 있는 산업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정책요인: 시진핑 시대 이후 <정층설계> 강화와 ‘헤게모니 동의형’ 애국주의 영화의 출현
둘째, 정부의 정층설계(頂層設計) 강화와 ‘헤게모니 동의형 범주선율 영화’의 출현 현상과 관련이 있다.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 중국영화는 ‘정부주도형 시장화 발전모델’ 속에 발전되어 왔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시장경제’라는 국가전략 속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영화산업의 ‘시장화와 개방화’를 추진해온, 탑-다운식의 정층설계 시스템이 영화산업 발전에 직접적인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다.3) ‘정부주도형 시장화 발전모델’은 정부가 영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경제적 동기 외에, 검열제도와 행정개입을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영화를 통제하려는 정치적 욕망이 작동하는 ‘지원과 통제’ 이중적 전략 속에 형성된 독특한 모델이다.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향후 정층설계에 입각한 국정방향 노선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보고>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을 실현하는 것이 공산당의 역사적 사명”이며, 이를 위한 전략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구체적인 “4개전면(四個全面) 노선(전면 소강사회 건설, 전면 개혁심화, 전면 의법치국, 전면 엄격한 당체제 관리)”를 제시하였다. 문화 분야에 대한 보고에서는, “문화자신감(文化自信感)으로 사회주의 문화번영을 추구하자. 높은 문화자신이 없으면, 문화번영도 없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없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발전을 견지하고, 민족문화의 창신과 창조를 일으키고,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4) 시진핑 주석은 문화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 실현을 위해 문화종사자들이 나설 것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월에 열린 「중국 ‘문학예술계연합회’ 제10차 전국대표대회 및 ‘중국작가협회 제9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의 강화(在中國文聯十大, 中國作協九大開幕式上的講話)」에서 “문예사업은 당과 인민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향후 목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의 실현이다. 주선율 가치를 더욱 강화하고 인민을 위해 풍성한 정신 양식을 제공하고 전 세계 만방에 중화문화의 매력을 알리자. 첫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자신감을 견지하자. 둘째, 인민은 역사의 창조자이고 시대를 이끄는 주체이다. 문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셋째, 문화예술의 창신이 필요하다. 넷째, 문화예술을 통해 더욱 고상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5) 당-국가체제(party-state)의 특징 속에 공산당의 지도방침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민첩하게 이어졌다. 영화분야 행정기구인 국가광전총국에서는 영화담당 장홍선 부국장의 직접 지휘 아래, 제19대 공산당 전당대회의 방침을 독려하고 있다. 6)
시진핑 시대 이후 영화에 대한 통제와 개입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는 여러 정황에서 확인된다. 첫째, 2017년 3월 일 정식 발효된 <영화산업촉진법(中國電影產業促進法)>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체제 정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지만, 정부가 직접 영화계에 개입하여 단속 처벌하고, 국가이데올로기 영화에 대해 지원과 포상을 확대하는 통제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정당화되었다. 둘째, 온라인 영화시장의 확대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2017년 6월 1일 ‘온라인 시청 프로그램 서비스 협회’는 광전총국의 지시에 따라 <온라인 시청프로그램 창작상영 관리를 진일보 강화하기 위한 통지(關于進一步加强網絡視聽節目創作管理的通知)>를 발표하여, 더욱 엄격해진 심사과정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20% 정도 탈락시켰다. 온라인 영화는 2014년 450편, 2015년 689편, 2016년 2,193편이 상영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2017년에는 1,973편이 상영돼 전년보다 10%가량 줄어들었다. 셋째, 한중합작 중단에서 통제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0월 싸드 문제가 발발하자, 2017년 2월 국가광전총국의 내부 지침에 따라 한국과의 합작사업을 전면 금지시킨 한한령(限韓令)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와 같이,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 정부의 영화산업과 시장시스템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기존보다 더욱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영화시장 주체들은 정부의 더욱 막강해진 행정지도와 통제력을 수용하고 협력하는 ‘헤게모니 동의형’ 양상을 따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랑II>와 <홍해>는 시진핑 시대 이후 강화된 정층설계 속에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몽’의 정부이데올로기를 영화계가 수용한 대표적인 ‘헤게모니 동의형’ 작품이다.
영화요인: ‘유사-할리웃 스타일(pseudo-hollywood style)’ 전략과
중국의 ‘글로벌 대국주의(Great Power Nationalism)’ 욕망의 현현(顯現)
셋째, 영화텍스트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유사-할리웃 스타일(pseudo-hollywood style)’ 전략의 차용과 성공을 들 수 있다. <전랑II>, <홍해>의 가장 특징적인 영상스타일은 쉽고 대중적인 내러티브와 볼거리(spectacle) 전략을 가진 ‘유사-할리웃 스타일(pseudo-hollywood style)’ 영화라는 점이다. 저스틴 와이어트(Justin Wyatt)에 의하면, 하이컨셉이란 “한 두 문장으로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시장성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영화”이며, 쉬운 내러티브 구조와 스타를 기용한 캐릭터 이미지를 통해 하이컨셉 스타일을 구축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영화 제작방식을 의미한다.7) <전랑II>와 <홍해>는 ‘쉽고 대중적인 내러티브’, ‘특수효과와 영상기술을 활용한 웰메이드 영화’, ‘스펙타클한 전투장면’, ‘속도감 있는 빠른 편집’, ‘스타배우 기용’ 등 유사 할리웃 스타일(pseudo-hollywood style)을 차용하며 새로운 ‘중국식 하이컨셉’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 다음, 주제의식에서 ‘중국몽’과 ‘글로벌 대국주의(Great Power Nationalism)’ 욕망이 현현(顯現)한 결과이다. <전랑II>과 <홍해>의 주제의식에서는 전통적인 애국주의뿐 아니라 글로벌 보편주의 가치관을 적절하게 배합하며 이전 애국주의 주제의 영화들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가상의 해외국가로 설정하였으며, 중국 해군은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만 반드시 UN의 승인과 국제법을 준수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글로벌 군대로 행동한다. 또한, 영화 곳곳에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깔아놓고 있다. <전랑II>에서 마지막 탈출 장면에서 주인공은 오성홍기를 어깨에 두르고, <홍해>에서는 군복과 함선 위의 대형 오성홍기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중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내세운다. 대사에서도 중국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자극한다. 아프리카인 주민들은 “중국 해군 함정 안이 제일 안전해”라고 의지하며, 반군 대장조차 “중국인을 절대로 죽이면 안돼, UN상임이사국이야”라며 중국을 경외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랑II>의 마지막 장면은 중국 여권을 클로즈업하며, “중화인민공화국 국민들께, 당신이 해외에서 위험에 처할 때, 절대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의 뒤에는 강대한 조국이 있습니다(在你身後, 有一個强大的祖國)”로 마무리 되며, <홍해>의 마지막 장면은 현재 일본 등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는 중국 해군이다. 이곳은 우리의 영해이다. 즉각 떠나라”라는 방송을 틀어주며, “강자무구, 강자무적(强者無懼 强者無敵, conquer fear, conquer All)”이라는 자막으로 끝맺는다.
결국, <전랑II>와 <홍해>의 대흥행은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되, 시진핑 시대의 ‘중국몽’에 입각한 ‘글로벌 대국주의(great China)’와 ‘글로벌 보편주의 가치’를 담으면서 사회와 관객의 공감대를 넓힌 결과로 분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0월 제18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도 중국몽을 32차례 언급하며,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랑II>와 <홍해>의 대흥행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몽’ 통치이념을 상징하는 영화이자 대중과 사회의 호응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애국주의 영화는 새로운 중국영화사를 열 것인가
최근 애국주의 영화의 열풍 현상은 시진핑 시대의 통치이념인 ‘중국몽’이 중국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영화산업-작품-관객’의 집체적 열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출현한 문화현상으로 분석된다. 또한, 단순한 ‘애국주의 이데올로기’뿐 아니라, 유사-할리웃 전략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또다른 대흥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랑II>과 <홍해>의 흥행 열풍 속에 현재 다양한 방식의 후속작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향후 이들 애국주의 영화가 스핀오프(spin-off), 프리퀄(prequel), 시퀄(sequel) 같은 할리웃 마케팅 전략으로 계속 진화하며, ‘마블스’, ‘해리포터’, ‘스타워즈’, ‘제이슨 본’ 시리즈와 같은 ‘중국식 프랜차이즈 영화모델(Chinese Franchise Film Model)’로 성공하며 새로운 중국영화사를 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강내영

  • 1) 2016년도 미국 MPAA 통계에 의하면, 1위 북미시장 111억달러, 2위 중국 68억달러, 3위 영국 19억달러, 4위 일본 18억 달러, 5위 인도 16억달러, 6위 한국 15억 달러, 7위 프랑스 14억 달러, 8위 독일 13억달러, 9위 러시아 9억달러, 10위 호주/멕시코 9억달러이다. 候光明, 『中國電影産業發展報告』, 中國電影出版社, 2017. 10쪽.
  • 2) 中國電影家協會理論評論委員會, 『2017中國電影藝術報告』, 中國電影出版社, 2017. 3쪽.
  • 3) 강내영, 『중국영화의 오늘: 영화대국에서 영화강국으로』, 산지니출판사, 2015. 78-82쪽
  • 4) 人民日報社, 『黨的十九大報告』, 2017. 10. 中國社會科學院, 『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總任務: 偉大的復興』, 人民日報出版社, 2018. 鄧純東, 『新時代 新思潮, 新征程:學習習近平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思想』, 人民日報出版社, 2018.
  • 5) 『電影藝術』, 中國電影家協會, 2017. 1期. 3-8쪽.
  • 6) 「张宏森出席总局深入学习贯彻习近平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思想和党的十九大精神培训班」, 新闻出版广电总局网站, 2018. 4. 13.
  • 7) 저스틴 와이어트, 『하이컨셉: 할리우드영화 마케팅』, 아침이슬, 200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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