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 방송의 유행과 그 의미

중국 음식 방송 유행의 시발점은 2012년 5월 14일 중국의 CCTV에서 방영됐던 중국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舌尖上的中國)』1)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0.5%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으며, 동시간대 다른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 4월에는 시즌 2가, 2018년 2월에는 시즌 3이 방영되었으며, 높은 작품성과 흥행 성적 덕분에 중국 음식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으로 중국에서도 음식 관련 방송 열풍이 불어, 『CHEF NIC(十二道鋒味)』(浙江衛視, 2014), 『중국판 냉장고를 부탁해(拜托了氷箱)』(騰訊視頻, 2015), 『마음을 움직이는 맛(心動的味道)』(安徽衛視, 2016), 『중식당(中餐廳, 중국판 윤식당)』(湖南衛視, 2017)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인터넷 방송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음식 프로그램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관심은 경제 성장 및 음식 산업의 발달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의 음식에 대한 관심도 예외가 아니다. 1983년에 발표된 루원푸(陸文夫)의 소설 『미식가(美食家)』의 줄거리를 통해서도 이러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 주인공인 주쯔예(朱自冶)는 하루 종일 배불리 먹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일하지 않는 부르주아로 가오샤오팅(高小庭)은 과거에 이런 주쯔예를 경멸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개혁개방 이후, 주쯔예가 ‘미식 전문가’가 되면서, 가오샤오팅은 과거 놀고 먹기 좋아하는 ‘기생충’에서 여유 있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미식가’로 변신한 주쯔예를 발견하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는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주쯔예에 대한 관점도 변화했음을 보여주며, 현재 중국사회에 삽시간에 늘어난 요식업체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음식에의 관심과 미식에 대한 추구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일종의 취미 생활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이러한 대중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또 다른 한 가지 측면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웰빙 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안전 문제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건강 및 웰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게 되었으며, 이 와중에 터진 음식 안전 문제들은 경제 성장과 이익 추구에만 급급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다시 되돌아보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큰 이슈를 낳았던 식품 안전에 관한 사건으로는 2008년의 멜라민 분유 사건2), 2011년의 중국 각지의 지하수 기름(地溝油) 사건3)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중국인들에게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시즌 1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의 일곱 편의 이야기 제목—「자연의 선물(自然的饋贈)」, 「주식 이야기(主食的故事)」, 「변화의 영감(轉化的靈感)」, 「시간의 맛(時間的味道)」, 「주방의 비밀(廚房的秘密)」, 「오미의 조화(五味的調和)」, 「우리의 자연(我們的田野)」—을 통해서도 이 다큐멘터리가 상술한 배경과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 선물, 시간, 영감 등의 단어를 통해서 미식은 물론 식품 안전 문제까지 포괄하여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주요 묘사 지점들 덕분에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은 시기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을 포함하여 근래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쯔치(李子柒)’, ‘뎬시샤오거(滇西小哥)’ 등의 미식 동영상에는 한국 음식 방송과는 다소 다른 눈에 띄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비도심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이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매우 생소한 지역 음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리쯔치는 2016년 초부터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아름다운 대자연과 도시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자연이 주는 소박한 재료로 전통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하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리기 시작했으며, 뎬시샤오거 역시 2016년부터 윈난(雲南)의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윈난의 다양한 요리들을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웨이보에 업로드하고 있다. 리쯔치의 영상은 특히 영상미가 매우 뛰어나며, 요리와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촬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뎬시샤오거의 영상은 마을 사람들 간의 소박하고도 화목한 농촌의 삶이 잘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거나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관련 영상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요 시청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낯설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담고 있고, 도시에서는 흔히 맛 볼 수 없거나 생소한 지역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과 전혀 동떨어진,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묘사되는 삶의 모습은 시청자 대부분의 생활 방식과 너무나도 달라서 시청자들은 현실과 영상 속의 세계 사이의 간극을 고스란히 체감하게 되는데, 때문에 이러한 미식 영상의 유행은 건강한 음식을 지향하고 싶지만, 생활 리듬 상 불가능해진 현실, 자연과 손맛의 강조 배후에 감춰진 도시 음식에 대한 불만과 불안, 잊힌 풍습에 대한 우려 등 도시인들의 불안감이 내포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도시인의 불안감을 건드리는 음식 방송은 도시인들의 소비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 방영 이후,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음식들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인기리에 판매되었듯, 리쯔치와 뎬시샤오거 또한 자신들의 웨이보를 통해 본인이 제작한 소스나 음식,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이와 같은 소비 행위는 건강한 음식과 식재료를 구매하여 웰빙 생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도시 사람들이 음식 방송을 보면서 은연중에 느끼게 되었던 도시 생활의 고달픔, 식품 안전 문제 등이 초래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역할도 지닌다. 도시인에게는 실현 불가능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불량 식품이 없고 환경오염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잠드는 건강한 삶을 향유하고 있으며, 계절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며 그에 따라 변화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도시의 시청자들은 이처럼 누군가가 대신 살아주는 삶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며,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낸 먹거리를 구매함으로써, 식품 안전, 자연과의 공존, 전통의 보존 등 여러 문제의식들을 공유한다. 도시인은 타인의 정성이 들어간 안전하게 생산된 음식이 자신의 식탁에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위안 받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음식 방송은 도시와 향촌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면서도 소비의 기회를 제공하여 이 간극을 봉합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으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 1) 2012년, MBC와 중화TV를 통해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는데, 이 당시 제목이 원제목의 직역인 ‘혀끝 위의 중국’이 아닌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이었다. 이 글에서는 기존 한국어 번역을 따랐다.
  • 2) 2008년 간쑤(甘肅)성의 59명의 영아가 신장결석에 걸리거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당국이 문제를 파악하던 중, 이 영아들이 싼루(三鹿) 분유를 공통적으로 섭취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싼루 분유의 멜라민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서 발생한 일로, 이후 조사를 통해 69개의 분유 브랜드가 유사한 문제로 적발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산 분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었다.
  • 3) 하수구로 배출된 기름을 다시 걸러 식용유로 재판매한 각 성의 조직들을 적발한 사건이다. 오염된 기름을 식용유로 재활용한다는 사실로 인해 식품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다.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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