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결별 : 디커플링(Decoupling)

2019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서는 올해의 단어로 디커플링(Decoupling)을 선정하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40년을 세계 여러 나라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세계화(Globalisation)의 시대였다면, 미래 40년은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는 디커플링 시대가 될 것이라 예상하였으며, 미국과 중국의 정면대결로 발생한 결별을 디커플링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1970년대 초 핑퐁외교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979년 양국 간 국교 정상화를 이루었으며, 이후 약 40년간 양국은 서로 협력하며 발전해왔다. 중국은 생산을 담당하여 미국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약 10%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그 결과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G2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은 소비를 담당하여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제품들을 소비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로 획득한 달러를 다시 미국의 국채매입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입장에서도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른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고 또한 재정적자의 많은 부분을 메울 수 있었다. 2007년 니알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모리츠슐라리크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이러한 과거 40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Chimerica)라 명명하면서 양국이 상호 의존적 관계가 심화된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런 의존적 공생관계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중국에서는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의 권력집중 현상이 나타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이 통상과 외교, 국방 등 국정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언하였다. 중국의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中国梦) 실현을 선포하였고, 중국제조 2025 등을 통하여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새로운 지도자들의 등장과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으로 인하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과거의 윈윈게임(Win-Win Game)을 추구하던 차이메리카에서, 제로섬게임(Zero-Sum Game)국면인 디커플링으로 전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경쟁과 대립은 결국 미·중 무역전쟁을 발발시켰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고, 미국은 2018년 7월 34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에 중국도 즉시 동일 액수의 농산물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노력으로 다행스럽게도 2019년 10월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에서 부분적 합의인 미니딜(Mini Deal)을 이끌어내었고, 2020년 1월에는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을 마치고 화해를 위한 새로운 접점을 찾은 것 같이 보였다. 이렇게 미·중 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인하여 미·중 무역전쟁 등 디커플링은 진정되는 분위기였으나 코로나19(COVID-19)사태의 발생과 확산 그리고 그 책임 공방으로 인해 미·중은 다시 충돌 직전의 형태로 치달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미·중 양국의 대립은 무역관계를 뛰어넘어 기술, 외교, 군사, 인권, 인적교류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Huawei)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와 계열사 68개 업체를 수출제한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과 기술 유입을 차단하였다. 최근에는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백도어(Backdoor)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가지고 영국, 프랑스 등에게 자국의 5G 통신망 도입 시 화웨이의 5G장비의 제외를 요청하였다.
외교분야에서는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정보를 탈취하려고 불법적인 정보 수집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휴스턴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였다. 이에 대하여 중국은 보복조치로 신장과 티베트 지역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중국과의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등 내정에 간섭하고 안보이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였다.
군사분야에서는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군사 거점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미국은 중국의 행동을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군은 남중국해와 중국 해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리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실탄훈련, 대규모 상륙훈련, 전투기 배치 등 군사훈련을 강화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경쟁적인 군사 활동의 확대는 자칫 군사적 충돌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인권분야에서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탄압에 대하여 미중 양국이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홍콩보안법(香港国家安全法)을 통과시켰고, 미국은 보복조치로 지금까지 홍콩에 부여한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국이 신장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탄압, 강제노동, 유전자 분석 등 인권침해가 행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인권침해에 관련된 기관과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였다. 거래제한 명단에 오른 회사로는 중국의 대형 인공지능 회사인 넷포사, 중국의 주요 사이버보안업체인 치후360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미국은 정치적 탄압이며 인권탄압 문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지나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중 양국의 총성 없는 전쟁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중국이 보복조치를 하고 미국이 이에 재보복을 하는 보복의 악순환이다. 이러한 보복의 악순환은 자칫 극단적인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갈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미·중 양국이 아직까지는 극단적인 대결 양상인 치킨게임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며, 서로 절제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미·중 양국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지만, 양국 관계에서 가장 갈등의 골이 깊었던 무역부문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이다. 미·중 양국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2020년 1월에 타결한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1단계 무역협정에 대한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치적 중 하나인 1단계 무역협정에 집착하고 있다. 중국도 1단계 무역협정의 주요 내용인 미국산 옥수수, 대두 등의 농산물 구매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무역협정의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최근 발생한 미·중 양국의 영사관 폐쇄 사건에서도 양국이 극단적인 선택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사관 폐쇄는 국교 단절 직전 외교 조치이지만 양국은 파국은 피하려는 의도가 나타났다. 미국이 폐쇄한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1979년 중국이 미국에 처음 개설한 영사관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워싱턴DC, LA, 샌프란스코 등 다른 영사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은 약하다는 평가이다. 중국도 동등한 보복(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 같은 방식 또는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는 형태) 방침으로 청두 주재 미 영사관을 폐쇄하였는데, 청두 영사관이 신장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많이 다루는 지역이라는 이유이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청두 영사관은 상하이, 광저우, 홍콩 영사관에 비해 그 파급력이 약하다는 평가이다.
지난 40년간 미국과 중국의 의존적 공생관계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생각했지만, 현재는 전략적 경쟁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경제적, 가치적, 안보적 도전을 가하는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패권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전 세계는 신냉전(New Cold War)이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신 질서하에서는 경제·사회 발전이 둔화 또는 정체될 것이며, 많은 비용들이 발생 할 것이며, 세계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이런 결별이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투키티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에 빠지게 될 경우 전 세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서로를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지 않고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찾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강릉원주대학교 경제학과 최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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