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중국: 미중 신냉전

1. 들어가는 말
6월 12일자 연합뉴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을 15%라고 영국의 유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가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경제의 상대적 호황과 양호한 지지도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최근까지 높았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그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은 단순히 미국의 최고 정책결정권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과히 세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듯 각국이 관심을 갖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특히 한국과 같이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나라는 미국의 대선뿐 아니라, 국내의 주요 정치·경제·외교적 이슈들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미국과 핵폐기 문제로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까지도 미국의 대선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트럼프와 바이든 사이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국에게 조금이라도 유익이 될 수 있는지 심각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노출되고 있다.
2. 경제: 미국 대선을 결정짓는 변수
미국 선거결과의 주요한 요인중 가장 비중있는 것이 경제문제이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언론미디어와 정치분석가들이 대선결과를 예측하고자,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들어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민감한 나라들도 자국과 관련된 요인들이 대선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설왕설래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북한과 3차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가질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것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오히려 한국 당국이 나서서 촉진시켜야 하지 않냐는 견해도 있다. 7월 8일자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3차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대선과 관련된 미국 언론을 살펴보면, 홍콩과 신장자치구의 인권문제는 물론이고 양안문제, 지적 재산권,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 대한 헤킹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의 페쇄에 이르기까지, 중국문제가 매우 비중있게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여느 나라처럼 미국의 선거에서도 경제문제가 결과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미국의 41대 부시 대통령은 집권기간에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를 이끌어 내어 유일초강대국으로서 팍스아메리카나의 문을 열었고, 이라크에게 부당하게 합병된 쿠웨이트를 전쟁을 통해 해방시켰으나, 이라크를 무리하게 점령하지는 않은 사려깊은 지도자였다. 이라크 전쟁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해 명분있게 성공적으로 수행한, 스스로 외교에 능한 대통령이었다. 재임기간에 한 때 지지율이 90%에 육막할 만큼 인기있는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에게 패하여, 전쟁과 외교에 능하고 인기까지 많았음에도 재선에 실패한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의 원인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클린턴의 선거 슬로건이 말하고 있다.
3. COVID-19: 돌발변수
경제가 최대 변수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도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나타났다. COVID-19 이다. 2020년 8월 2일 오전11시 48분 현재, 4,778,177명의 감염자 가운데 사망자 158,039명(치사율 3.31%)을 기록함으로써, 전세계 감염자 수의 1/4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해마다 교통사고와 독감으로 각각 수 만명이 숨지는 상황에서, 올 봄까지만 해도 COVID-19의 위험성에 대한 미국내 공감대는 타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변종 독감정도로 생각하고 고온다습한 여름이 오면 주춤해 질 것이라는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감염의 기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고 치사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서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 16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르다. 많은 아시아권 국가들과 달리,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통제에 극도로 예민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은 곳곳에서 항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COVID-19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조치에 항의하며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가 미시간 주 의사당 내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만약, COVID-19가 보건·의료 분야에만 국한된 사태라면 미국대선에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정부와 함께 국민들이 주의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개입으로 인한 효율성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비효율과 불편 및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는데 익숙한 미국인들이 감염병 자체를 국가책임으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해마다 수 만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해도 그 책임을 정부보다 개인에게 돌리고, 총기를 소지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더 중시하는 문화와 전통을 다수의 미국인들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COVID-19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는데 있다. 미 상무부는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1947년 분기 성장률 집계 이후 가장 낮은 –32.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어느 나라보다 우선시 하는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인이라도, 경제 실패의 책임 만큼은 정부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 사기(史記)에도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民以食爲天)’라는 말이 있으니, 사람(국민)이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동서고금의 보편이리라.
4. 트럼프의 미중냉전 프레임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신냉전 구도로 프래임화 하고 있다. COVID-19의 책임을 중국에게 넘기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경제적 손실과 경기침체의 원인을 중국(집권 중국 공산당)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미 2016년 대선에서부터 당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절도하고 있다고 천명했고, 2019년부터는 본격적인 미중무역전쟁과 더불어 중국을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최대 위협으로 상정하고 있다. 2019년 6월 1일 미 국방부가 발행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11월 3일 국무부가 발행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 미국 의회를 통과한 후 1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020 국방수권법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등을 통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중국 주변국가들과 정치·경제적인 협력과 지원을 규정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5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대중국 전략보고서(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를 통해, 중국을 분명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중국에 대항할 것을 명시했다. 7월 7일 레이(Christopher Wray) FBI 국장은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7월 15일 뉴욕타임즈는 미국 정부가 9천 200만명에 이르는 중국 공산당원과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월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중화해의 첫걸음을 뗀 닉슨 전 대통령 도서관에서 ‘자유세계가 공산주의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 공산주의자가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언급했다.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통해, 냉전의 대상을 중국과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으로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이래 70년 이상을 1당독재로 중국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국제사회의 큰 위협이 되어온 ‘중국 공산당’을 새로운 냉전의 대상으로 천명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의 호응도 구하고 있다.
중국과 새로운 냉전구도를 구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노력이 미국 내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40~50%대에 머물던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에는 73%에 이르렀다. 호감도는 30~40%대에서 22%가지 떨어졌다.
5. 신냉전 프래임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위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신냉전 프래임은 11월3일에 있을 미국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본질적으로 하나이지만, 현상으로 드러날 때는 정치와 경제라는 서로 다른 양태를 보인다 (정치-경제 연계 제1모델). 그러나, 본질적으로 하나이기에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평시에는 정치영역에 비해 경제영역이 우선순위에 있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는 더욱 그러한데, 경제적 이익에 민감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부는 경제적 이익에 따라 정책결정을 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정치·안보적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을 띠게된다. 이는 정책결정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치-경제 연계 제2모델).
  • 정치-경제 연계 제1모델
  • 정치-경제 연계 제2모델
트럼프 행정부의 신냉전 프레임은, COVID-19에 의한 경기침체를 경제문제일뿐만 아니라, 정치·안보문제로 인식하게 할 것이다. 중국에 의해 미국의 안보와 국익이 위협받는다는 인식이다. 중국 공산당의 불투명하고 무책한 대처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라 퍼지게 되었고, 이로인해 미국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인식할 것이다. 결국 단순한 경제문제일 뿐만 아니라, 옛소련에서의 경험처럼 권위주의 중국공산당을 중국에서 몰아낼 때에만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있는 미국에 대한 안보위협의 문제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 대선에 임학해 가는 시기에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73%로 극감하는 통계는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11월 3일 투표일에, 미국 유권자들이 현실을 평상시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비상시라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트럼프의 재선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최소한 선거일까지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공산당)을 대상으로한 신냉전 프래임 구축에 재선의 사활을 걸 것이다. 유권자들을 의식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도 방법상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 대해서 트럼프 못지 않게 강한 성향을 보이고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신냉전 프레임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노력보다는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강대국들(미국과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측면도 작지 않아 보인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아시아개발연구소 소장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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