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의 한반도와 중국

1. 지난 30년의 한반도와 중국 관계에 대한 평가
1992년의 한중수교는 한반도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이었다. 당시 국제정세는 냉전체제 붕괴 이후 미국 일극 체제의 질서가 형성되었고, 세계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화해와 협력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적극 도모하는 형국이었다. 이런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을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계기로 다시 적극 추진하게 되었으며, 한국은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이 결실을 보면서 한중수교가 이루어졌다. 이후 지난 30년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적 위치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의 대국이 되었으며, 한국도 안정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발전을 계속하여 선진국 수준의 국가가 되었다.
한반도와 중국과의 관계는 남북한과 중국과의 양자관계와 더불어 북핵과 같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각자의 정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내년이면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30주년이 된다. 그간 한중관계는 안정적인 국제정세를 바탕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양국 경제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 방문도 대폭 증가되었다. 그렇지만, 양국간 정치적 신뢰는 깊지 못하고, 최근 들어 경제적 보완성은 약화되고 있으며, 양국 국민들 간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당시 중국과의 수교 목적으로서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하였다. 첫째, 정치적인 면에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긍극적으로 통일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에는 그간 중국이 취했던 북한지지 일변도의 정책을 바꾸고, 남북한에 대해 동등하게 대하며, 무력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력을 확보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방대한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여 국력을 키우자는 것이었으며, 셋째는 국제무대에서의 한국의 전방위 외교활동에 있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한국의 전방위 외교활동의 목표는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한국의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서 이것은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게 된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둘째와 셋째 부분에 대해서는 그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는데 별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정치와 안보 분야에서의 관계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수년 전부터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이에 대응하려는 미국과의 전략적 갈등으로 인해 동아시아 정세는 과거와 달리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고, 이에 더하여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자칫하면 한반도에 과거의 냉전체제가 다시 구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들고, 이는 한편으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양립시키고자 하는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30년간 한중간 정치와 안보 분야에서의 관계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수교 이전 중국의 한반도 관계에서 한국과는 홍콩을 통한 간접 무역이나 국제무대에서의 양국 인사들 간의 비공식 접촉 등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만 존재했으며, 이런 점에서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이 한국과 북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대등한, 실질적으로는 한국과의 관계가 월등히 커졌다는 점에서 본다면 한중수교로 인해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북한 일변도 정책을 수정하게 만든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한중 간 정치적 신뢰가 형성되어 정치와 안보 면에서의 양국 간 협력이 발전되어 왔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는 당초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급격한 국력 신장에 따라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과 더불어 한국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한미 군사동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실제로 지난 30년간 한반도에서 남북 간의 본격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다는 점에서, 특히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것은 한중수교가 기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경우, 중국은 자신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집중하기 위해서 주변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중수교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은 한반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한반도에 평화가 현재까지 유지된 것이 한중수교의 결과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가질 수 있다. 이에 더하여 한국도 경제발전을 지속하여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한국인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져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을 넘어, 한국 주도의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데 중국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현시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낮아진다고 하겠다.
북한의 핵 문제는 한중수교 교섭 시 한중간에 논의되기는 하였지만, 당시로서는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이 그렇게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중 간에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남북한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하였고, 1992년 1월에는 북한이 IAEA와의 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한중 수교교섭이 진행되던 시기인 5월에는 최초신고서와 핵시설에 대한 설계정보를 북한이 IAEA에 제출하였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은 북한이 제출한 신고서에 대한 IAEA의 사찰과 검증이 완료되는 1993년 2월부터이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이 한중수교로 인해 촉발되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북한은 이미 그 이전부터 핵 개발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고, 한국이 당초 생각했던 남북한에 대한 주변국들의 교차승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바로 북한이 미일과의 대화와 협상에서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하겠다. 어쨌든 북핵 문제는 이후 북미 간 제네바 합의를 거쳐 한국과 중국이 참여한 4자회담과 6자회담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는 계속 악화되면서 해결의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중수교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었던 치엔치천(錢基琛)의 「외교십기(外交十記)」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얻을 것은 많지만 잃을 것은 없다고 하면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따른 이익과 더불어 대만과의 단교를 통해 대만을 고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에서 중국이 한중수교를 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또한 양국 간 수교에 따라 서로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되기 마련이지만, 결국 덩치가 큰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은 덩샤오핑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비추어 본다면 중국은 한중수교 이후 얻은 것이 적지 않다고 하겠지만, 한중수교로 인해 북한과의 관계가 적어도 2000년 김정일의 방중까지는 상당히 소원했고, 이후에도 비록 지난 수년간 김정은의 4차례에 걸친 중국방문과 2019년 시진핑의 평양방문에 따라 중북 간에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내심 상호 불신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그 대가라고 할 수 있다.
2. 향후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망
중국은 근년에 들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핵심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은 전통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안보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유지와 확대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장기적으로 보면 한반도의 통일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한반도 국가들에 미칠 영향과 더불어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향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되는 것은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시킴과 동시에 한미동맹의 강화와 더불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요한 여건에 있어서 중국의 우려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미 간의 북핵 문제 진전은 경우에 따라 북미 관계 정상화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있어서 같은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전쟁과 혁명에서의 동지이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요한 전략적 완충지대라고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증대시키는데 큰 관심을 갖고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가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와 관련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으로 하여금 한미와 동일한 대북정책을 취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지정학과 지경학적 우세에 기반하여 북한의 경제개혁을 촉진, 북핵 문제가 연착륙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미중간 전략적 갈등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 외교정책의 하나로 표방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해 오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6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한국이 다가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한국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중국은 왕이 부장의 방한이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취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넘어서 실익을 추구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동맹국 중시 정책에 따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핵은 현재 한반도 문제의 핵심사안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뜻을 같이하면서도, 이는 기본적으로 미북 간에 해결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한 발짝 떨어져 있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미중 간의 전략적 갈등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미국에 대한 하나의 협상카드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반면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고리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둘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심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중국은 쌍잠정과 쌍궤병행을 북핵 해결 방안으로서 제기하고, 북한의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의 원칙을 지지하면서 북핵 해결 논의과정에서 제기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유지 내지 확대되도록 계속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가능하면 북한의 주장에 편승하여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이 네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시 단계적이고 행동대 행동 원칙에 따른 비핵화라는 북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항공편을 제공하는 등 북한과의 협력과 공조에 공을 들여온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3. 한국의 바람직한 대응
한국과 중국은 이웃 나라로서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가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이는 앞으로도 핵 문제를 포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양국의 협력이 계속 필요하며, 상호 지속적인 경제적 발전, 그리고 나아가 지역 내지 글로벌 가버넌스 문제에 있어서 양국간 협력이 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이웃 국가 간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기본적인 방향도 상호 협력은 확대하되, 이견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우호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이념과 체제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양측이 가급적 이러한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미중간 전략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양립할 수 있으며, 한국으로서는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양국 모두 기후변화나 감염병 문제, 핵비확산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한국은 이러한 지역문제나 글로벌 이슈에 대해 미국, 중국 모두와 협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바람직스럽다.
예를 들어,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는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를 보면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고, 앞으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에 대해서는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지속적이고 고질량의 발전을 위해서 206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한국 또한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필요한 관련 기술에 대해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만일 앞으로 미중간 갈등이 더욱 첨예화된다면,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두 개의 관계에서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며, 만약 한국이 부득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한국으로서라는 자신의 국익과 한국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에 의거하여 판단하고 이에 대해 관련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제, 과학기술,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미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북아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한의 핵은 국제 비확산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동북아의 안보에 대한 큰 위협이지만, 북한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고 이에 더하여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국제사회가 NPT 체제 밖에서의 일정한 숫자의 북한 핵을 인정하고 북한과 핵감축 협상을 진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현재로선 핵비확산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이런 상황을 원치는 않고 있어,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설정하되, 우선 북핵을 동결하고(물론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의 해제와 북미관계 개선 등의 조치를 요구할 것이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북한의 핵페기로 가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언젠가 상황이 불가피해지면,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입장을 더 수용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정치적인 행위로써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남북미 3자 내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북한과의 대화에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의 중요 부분인데 이를 평화협정과 분리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3자 선언을 추진할 때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현재의 코로나 상황에서 과연 김정은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시기에 베이징에 올 수 있을 것인지라는 점에서 본다면 정부 생각대로 종전선언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은 앞으로도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남북미, 남북중, 한미중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만,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 대신에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고집할 경우에는 한국으로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직시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국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군사적 옵션에 의한 북핵 제거나, 반대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남는 선택은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계속 설득해 나가면서, 우선은 우리 국민들이 북한 핵으로 인해 불안해지지 않도록 재래식 무기를 더욱 확충하고 고도화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한반도 주변수역에 미국의 핵전력을 상시 배치토록 하여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확실하게 제공받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한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 불만스럽게 생각할 것이고, 이에 더하여 북한의 새로운 도발로 한미가 추가로 전략적인 결정을 하게 될 경우, 이는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어떤 국가이든 국가이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미의 결정은 방어적 목적의 조치이며, 북핵의 위협이 제거되면 재고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외교적 노력을 동원하여 중국을 적극 설득하여야 하며, 중국도 이런 불가피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도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직접 당사국이라는 생각으로 북한의 핵폐기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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