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리광만-후시진 논쟁의 배경과 의미
-시진핑 개혁은 어디로 가는가?

1. 근래 중국정부의 각 분야 규제 강화
작년 연말 이래 중국에서는 경제·금융, 부동산, 교육, 연예계 등의 각 영역에서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우선 경제·금융 영역에서는 2020년 11월 알리바바 계열의 핀테크기업인 마이(蚂蚁)그룹의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상장 계획이 긴급 정지되었다. 12월의 경제업무회의에서는 ‘반독점과 무질서한 자본 확장 방지’가 정식 제기되고 금년까지 강력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의 시장 지배지위 남용에 대한 4개월간의 반독점 조사를 거쳐 2021년 4월 182.3억 위안의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되었다. 인터넷플랫폼 배달기업인 메이퇀(美团)에 대해서도 6개월간의 반독점 조사를 벌여 2021년 10월 34.4억 위안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2021년 7월에는 미국 증시에 갓 상장한 차량호출 플랫폼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해 네트워크 보안심사를 벌였다. 그리고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 등의 혐의로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부동산 영역에서도 주택과 도농건설부 등의 8개 부처가 공동으로 <부동산시장 질서의 지속적인 단속 규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교육 영역에서는 2021년 7월 중국교육부가 <의무교육 단계 학생의 숙제 부담과 사교육 부담 경감에 관한 의견>(이른바 ‘쌍감’ 정책)을 발표하여 사교육기관의 방학 중 과외 및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화 운영을 금지하였다. 이 조치로 상위 3개 사교육업체의 주가가 70~90% 폭락하여 8,000억 위안 이상의 시가가 증발하였다. 8월에 중국신문출판서는 <미성년자의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여 온라인 게임업체가 미성년자에게 제공하는 온라인게임 서비스 시간을 주말 휴일에 하루 1시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였다.
연예계에 대해서는 2021년 9월 국가광전총국이 <연예 프로그램 및 종사자의 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여, 사상·도덕에 문제가 있는 연예인의 출연 금지,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과 팬덤 형성 금지, 고액 출연료 제한, 냥파오(娘炮, 여성스러운 예쁘장한 남성) 등 기형적 심미 금지 등 다양한 규제 조치를 취하였다. 또 인기 배우 정솽(郑爽)이 이중계약서 작성과 탈세 혐의로 2.99억 위안의 벌금을 부과받고, 자오웨이(赵薇)와 가오샤오슝(高晓松)이 사상과 윤리 문제로 출연 작품이 사이트에서 삭제되는 등 연예계의 각종 문제에 엄격한 숙정 조치가 취해졌다.
2021년 8월 17일 중앙재경위원회 10차 회의에서는 절대빈곤 퇴치와 전면적 샤오캉 사회의 실현 후 새로운 전략 목표로 ‘공동부유’ 촉진이 제시되었다. ‘3차 분배’(먼저 부자가 된 개인과 기업의 자선과 기부)가 새롭게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을 느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대형 IT기업이 각각 1,000억 위안씩의 공익 자선기금을 출연하였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부자의 돈을 빼앗아 빈자를 구하려는 ‘겁부제빈(劫富濟貧)’ 정책이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2. 리광만의 “심각 변혁” 격문과 그 파장
이러한 가운데 2021년 8월 29일 전직 언론인이 쓴 한 편의 글이 인민일보, 신화사, 중국중앙TV, 해방군보, 광명일보를 포함한 중앙과 지방의 수십여 개 주요 관영 언론 사이트에 일제히 전재되어 엄청난 관심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전직 <화중전력보> 편집장인 모좌파(毛左派) 논객 리광만(李光满)이 쓴 “사람들은 모두 느낄 수 있다: 지금 한 바탕 심각한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이하 “심각 변혁”으로 약칭)라는 글이다. 원래 이 글은 리광만이 이틀 전인 8월 27일 자신의 웨이보 개인미디어 계정인 <리광만 빙점시평(冰点时评)>에 올린 글을 약간 순화시켜 전재한 것이다.
리광만은 “심각 변혁”에서 우선 근래 중국 당국의 연예계와 경제·금융계에서의 각종 숙정과 규제조치, 반독점과 공동부유의 제기 등을 상세히 열거하고, 이를 근거로 “지금 중국에는 경제영역, 금융영역, 문화영역에서 정치영역에 이르기까지 한바탕의 심각한 변혁, 혹은 심각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본 중심으로부터 인민 중심으로의 변혁이며, 이러한 정치 변혁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두 버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심각한 변혁은 중국공산당 초심으로의 회귀, 인민 중심으로의 회귀, 사회주의 본질로의 회귀”라고 그 성격을 규정하였다.
이어서 리광만은 “이번 변혁은 일체의 먼지를 쓸어버릴 것이다(荡涤一切尘埃). 자본시장은 더 이상 자본가가 하룻밤에 떼돈을 버는 천당이 되지 않고, 문화시장은 더 이상 량파오(娘炮) 스타의 천당이 되지 않을 것이며, 언론은 더 이상 서방 문화를 숭배하는 진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말미에서 리광만은 “한바탕 심각한 사회 변혁이 이미 시작되었다. 썩은 나무는 제거하고, 뼈를 깍아 상처를 치료해야 할(摧枯拉朽, 刮骨疗伤)” 것을 주장하며 글을 끝맺었다.
‘문혁’의 어투로 가득찬 격문 성격의 이 글이 중앙과 지방의 주요 당정 언론 사이트에 일제히 전재되자 즉각 여론이 들끓었고, 공포의 분위기가 일어났다. 왜냐하면 알려지지 않은 일개 민간 시평가의 글이 주요 관영 언론 사이트에 일제히 전재된 것은 전례 없는 것으로, 중앙 최고층의 특별 지시를 받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글을 중앙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았다. 몇몇 논자는 이 지시를 내린 중앙 최고위 인물을 이데올로기와 선전 담당인 왕후닝(王沪宁) 중앙상무위원으로 특정하기도 하였다.
이 “심각 변혁”은 문혁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어투로 가득차 있었다. 한 평론가는 이 글을 1966년 문화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야오원위안(姚文元)의 <신편 역사극 “해서파관(海瑞罢官)”을 평한다>와 유사하다고 평하였다. “일체의 먼지를 쓸어버릴 것(荡涤一切尘埃)”이라는 말에서는 문혁의 예행연습으로 여겨지는 1964년의 ‘사청(四淸) 운동’을 연상하기도 했다. 리광원이 글에서 상세히 기술하고 격찬한 내용들은 사실 중국 당국이 최근 각 영역에서 실제로 취했던 조치이고, 이는 사회 경제 전반에 대한 사상 통제와 규제 강화라는 중앙의 최근 행동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글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국에 문혁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2차 문혁’(혹은 ‘문혁 2.0’)의 우려와 공포를 갖도록 만들었다.
3. 후시진의 반격 : “심각 변혁”은 오독과 오도
그로부터 며칠 후(9월 2일) 리광만의 “심각 변혁”에 정면 반격을 가하는 글이 발표되었다.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 편집장인 후시진(胡锡进)이 쓴 “중국에 ‘심각 혁명’이 발생하고 있다는 단정은 오판과 오도이다”(이하 “오판과 오도”라고 약칭함)라는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은 환구시보 공식 사이트가 아니라 후시진의 웨이보 개인 계정인 <후시진 관찰>에 게재되었다.
후시진은 “오판과 오도”에서 리광원의 “심각 변혁”은 “형세를 부정확하게 묘술하고, 과장된 언어를 사용하고, 국가의 큰 정책 방침에 위배되며,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경제, 금융, 문화, 정치 영역에서 모두 심각한 변혁 혹은 심각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리광원의 주장은 “국가가 근래에 내놓은 일련의 시장 관리감독 조치를 오독하고 곡해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후시진에 따르면 당국의 “관리감독 목적은 시장을 규범화하고, 자본의 야만적 성장과 부작용을 방지하고, 경제 사회 발전과 공동부유를 함께 추진하여, 공평 정의의 건설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지, 다시 말해 사회 거버넌스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 완성시키려는 것”이지 “무슨 ‘혁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후시진은 리광원의 글이 “특수한 격문식 어투를 사용하여, 중국에서 현재 진행되는 변혁을 마치 개혁·개방과 18차 당대회 이래의 기본 노선 및 정책 방침과 고별하려는 것처럼 묘사하고, 모종의 질서 전복과 진짜 ‘혁명’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확실히 엄중한 오판과 오도에 속한다”고 단언하였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불변이고, 비공유제 발전을 장려, 지원, 지도하는 정책 방침도 불변이며, 18차 당대회 이래의 주요 정책 방침도 모두 불변이라는 것을 믿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며 글을 끝맺었다.
4. 리광만과 후시진 중 누구를 믿을 것인가
리광만의 “심각 변혁”을 정면 비판하는 후시진의 글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후시진은 강한 민족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줄곧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체제 내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이 인민일보를 위시한 여러 관영 언론에 전재된, 그리하여 중앙 고위지도부의 뜻을 반영한다고 인식되는 글을 비판한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환구시보도 바로 며칠 전에 리광만의 글을 전재하지 않았는가?
이후 사람들은 후시진의 리광만 비판 글이 자기 개인의 의견을 쓴 것이 아니라, 중앙의 다른 고위층의 지시를 받아 쓴 것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그 목적은 리광만의 “심각 변혁” 글이 불러일으킨 풍파와 사람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인식했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 사이에 서로 정반대인 리광만과 후시진 중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누구의 말이 진짜인가(중앙 최고지도부의 진짜 뜻을 대변하는가) 하는 물음이 튀어나왔다.
먼저 8월 29일 리광만의 “심각 변혁” 글이 각 관영 언론의 공식 사이트에 일제히 전재되고, 9월 2일에 이것을 부정하는 체제 내 인물 후시진의 “오판과 오도” 글이 웨이보 개인 계정에 게재되었다. 당국은 리광만의 글을 정식 부인하지도 않고,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그 글을 삭제하지도 않았다. 논란은 종식되지 않고 혼란은 이어졌다.
그후 9월 6일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경제 담당 부총리인 류허(刘鹤)가 중국국제디지털경제 박람회의 축사에서 앞으로도 민영경제의 역할과 발전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는 연설을 하였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리광만-후시진 논쟁에서 누구의 주장을 믿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어졌다. 또 9월 7일에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관리감독 규범과 발전 촉진의 양자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평론원 문장이 실렸다. 이 글은 최근 반독점, 플랫폼 경제와 사교육 규제, 정보 보안 등의 영역에서 중국 당국이 취한 관리감독과 각종 규제 조치의 논리를 설명하고, 비공유제 경제의 발전과 대외개방 등 중국의 장기적 정책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리광만의 “심각 변혁” 글이 가져온 혼란과 공포에 대해 후시진의 글이 반 관영 성격을 지닌 한 개인의 비판이었다면, 인민일보에 게재된 이 평론 글은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당국의 의지를 공식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어졌다. 이제 여론은 리광만-후시진 논쟁에서 후시진을 믿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5. 리광만-후시진 논쟁의 해석과 시진핑 개혁의 방향
하지만 리광만-후시진 논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 해석은 리광만-후시진 논쟁을 중국의 중앙지도부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노선의 충돌로 보는 것이다. 리광만의 배후와 후시진의 배후에 있는 인물과 세력이 다르고, 이 두 세력이 자신의 대리인인 리광만과 후시진을 통해 정치 투쟁을 벌인 것으로 보는 해석이다. 9월 2일 후시진이 <후시진 관찰>이라는 웨이보 개인 계정에 “오판과 오도” 글을 올렸는데, 처음엔 웨이보에서 이 글의 공유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에 리광만의 글도 공유가 금지되었고, 곧이어 후시진의 글은 봉쇄가 해제되었다. 이러한 봉쇄와 해금의 시소 게임을 근거로 중앙 지도부 내에서 두 세력 간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해석은 리광만과 후시진을 모두 크게 볼 때 동일한 입장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쪽은 과격하고 다른 한쪽은 온건하며, 어투도 서로 다르지만, 양자 모두 최근의 중국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지도부가 리광만의 “심각 변혁”을 통해 민간 여론을 떠보려 했는데(혹은 기업계와 국제사회에 약간의 겁을 주려 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 너무 격해지고 공포의 분위기까지 발생하자, 다시 후시진으로 하여금 “오판과 오도”를 발표하게 하여 불을 끄는 소방수의 역할을 맡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의 개혁은 어디로 갈 것인가? 대다수 관찰자들은 현재 중국에서 문화대혁명과 같은 정치적 혼란과 질서의 파괴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평가한다. 또 경제에 있어서도 민영경제의 소멸이나 ‘살부제빈’(殺富濟貧) 식의 절대 균부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중국이 2050년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장기간 경제성장이 분배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시장기제를 활용하고 민영자본을 장려하여 성장에 힘쓸 것이다. 하지만 결코 자본이 중국공산당의 집정 목표를 방해하거나, 또 하나의 권력으로 커가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세계발전연구소 전 부소장인 딩이판(丁一凡)의 말처럼 “자본은 영리를 추구하고, 국가와 당은 공동 발전, 공동부유를 추구한다. 자본을 위하여 국가의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자본은 중국이 중국공산당이 지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국가의 의지와 국가 권력에 복종해야 하며, 이에 도전하거나 맞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체제 내에도 성장을 위해 시장을 중시하고, 국가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리광만-후시진 논쟁을 지켜본 한 평자가 말했듯이, “맨 앞에서 방향타를 잡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달리는 열차를 어느 방향으로 몰고 가야 할지 명확하게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팬데믹 코로나 위기와 기후 위기, 미중 간의 대결 격화라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공동부유’라는 새로운 장기 전략 목표를 정한 중국 개혁의 향방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서석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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