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힘이 되는 긍정의 중국어 한마디.

옛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 한마디란 단순히 입 밖으로 나오는 평범한 말이 아니라, 그 위력이 천 냥을 대신하고도 남을 만큼 중요하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말’을 통해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혹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与新冠共存)'를 앞둔 지금, 작년까지 중국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변화된 일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유행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중, 주로 안부 인사에 쓰이는 "무탈하시지요?"라는 뜻의 중국어 성어 别来无恙(bié lái wú yàng)을 인용한 "你别来,我无恙(nǐ bié lái,wǒ wú yàng- 전 괜찮으니 오지 마세요)은 2020년 당시 무한(武汉)에서 춘절 새해 메시지로 웨이신 모멘트에서 널리 사용된 유행어이다. 이는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때, 사람과의 접촉마저 공포로 느껴졌는데, 이 유행어를 통해 지금의 사태를 극복하고 서로가 건강하고 마음 편히 만날 그날을 기약하자는 중국 인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말 한마디가 지금의 상황에 대한 고통과 슬픔에 대한 용기를 줄 수 있으니 이왕 나누는 대화라면 그 속에 긍정과 유쾌함을 동반한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你别来,我无恙” 외에도 중국에서는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 여러 유행어 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먼저 “隔离追剧(gélí zhuījù)” 는 격리된 상태로 집에서 따로 할 것이 없으니, 그동안 놓친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서 보는 것을 뜻한다. “线上被甩(xiànshàng bèishuǎi)”란 코로나 격리 속에 가장 힘들었을 사람들이 바로 보고 싶어도 실제 볼 수 없었던 연인들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서로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현실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커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유행어는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화상통화나 기타 온라인 방식을 통해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경우를 뜻한다. “隔离鸡尾酒(gélí jīwěijiǔ)”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기타 사적 모임이 제한된 탓인지 코로나 사태 이후 근 2년간, 각종 주류 소비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술을 즐기고 싶으나 현실적으로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지인들과 마실 수가 없기에 집에서나마 혼자 술을 즐기는 일명 ‘혼술족’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이 유행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중국의 현실을 반영했다. 원래 “隔离鸡尾酒(gélí jīwěijiǔ)”는 비타민이나 오렌지주스 등을 넣어 만든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음료를 뜻했으나, 지금은 코로나 격리 기간 때 홀로 마신 칵테일이나 모든 술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만 가능할 수 있는 해학적인 유행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유행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新冠妄想症(xīnguān wàngxiǎngzhèng)”을 들 수 있다. 직역하면 “코로나 망각증”인데 그 속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답답한 마스크 착용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리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곳곳의 제한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정서적인 불안감은 지금 시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로 인해 생각이 혼란에 빠지고 과도하게 예민해져 쉽게 격해지는 감정을 표현한 신조어이다. 이렇게 코로나는 우리에게 정서적 피폐와 우울감을 가져와 정신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서로를 향한 따뜻하고 힘이 되는 긍정의 말 한마디는 그 어느 약보다도 더 절실하고 소중하며 서로를 위한, 서로에 대한 가장 큰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중국어에서 상대방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유행어 표현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打call”이 있다. 글자의 표면적인 형태만 봐서는 무엇을 부르는 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요즘 중국의 온, 오프라인에서 “응원해”라는 의미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유행어이다. 중국어에서 “打气 (dǎ qì)”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공기나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다’라는 의미지만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격려한다, 용기를 북돋다’라는 의미도 있다. “打call”에서 “打”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고 “call”은 일본의 무대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콘서트에서 팬들이 가수를 응원할 때 사용되는 단어로 “打”와 함께 결합이 되었다. “打call”의 유래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콘서트에서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음악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응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전치사 “为” 뒤에 그 대상을 써서 “~를 응원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加油 (jiā yóu)"와 같은 의미로써 친구가 시험이나 면접을 볼 때 "我为你打call(wǒ wèinǐ dǎ call- 너를 응원해)"이라는 표현으로 그 친구에게 격려와 응원을 표현할 수 있다.
다음은 "冲鸭(chōng yā)"이다. "冲鸭(chōng yā)"는 중국의 언어적 특징 중 하나인 해음(谐音) 현상에서 비롯된 유행어다. "冲(chōng)"은 '돌진하다,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뜻인데, 저돌적인 행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이고 활력 넘치는 모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존의 '파이팅'이란 뜻의 "冲呀(chōng yā)"에서 감탄사 "呀(yā)"가 오리를 뜻하는 "鸭(yā)"로 대체되어 좀 더 귀여움 느낌의 표현으로 탈바꿈하였다. 흔히 요즘 한국의 젊은 층이 많이 쓰는 "가즈아!"와 같은 의미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역시 "加油 (jiā yóu)"를 대신하여 자주 쓰이는 에너지 넘치는 긍정의 중국어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奥利给(àolìgěi)"다. 이 유행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给力(gěilì)"란 단어를 살펴보도록 하자. "给力(gěilì)"는 2011년 일본 코믹 애니메이션 '서유기'의 중문 더빙판에서 손오공이 '최고다', '대박이다'라는 뜻으로 사용한 뒤, 현재까지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유행어 중 하나이다. 앞선 의미 외에도 감탄사 "哦(ò)와 함께 "给力哦(gěilìò)"로 쓰여 '파이팅'이란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중국의 网红(wăng hóng- 인플루언서) 인 双叶湖雷哥(shuāngyè húléigē)는 항상 인터넷 방송 시작 전에 "给力哦(gěilìò)"를 거꾸로 발음한 "奥利给(àolìgěi)"라고 외쳤는데, 이게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 의미는 방송 전에 자신에게 "힘내자", "난 최고야"라고 외치며 무사히 방송을 잘하기 위한 일종의 루틴(routine)인 것이었다. 이를 통해 "奥利给(àolìgěi)"는 최근 중국 사람들에게 "힘내자" 등의 긍정적 표현에 자주 사용하는 유행어로 자리 잡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奥利给(àolìgěi)"의 유래인 "给力哦(gěilìò)"에서 감탄사 "哦(ò)를 올림픽을 뜻하는 "奥(ào)"로 대신하여 '올림픽에서 중국팀을 응원하다'라는 뜻의 "给力奥(gěilìào)를 "奥利给(àolìgěi)"로 대체 사용하여 2020년 일본 동경 올림픽에서 응원의 메시지로 더욱 많은 중국인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그 나라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나라의 언어를 학습해야 한다. 언어를 학습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그 나라 사람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모국어가 중국어가 아닐지언정, 중국어로 소통하고 중국을 알아가며 연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작지만 따뜻할 수 있는 긍정의 중국어 한마디를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고 그것이 지금의 이 힘든 시대를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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