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출범에 따른 한중 군사안보 관계의 쟁점과 전망

국제안보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변화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러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일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불개입을 선언하여 대외전략의 우선순위가 유럽이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장기적 경쟁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과 제재에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향후 국제정세는 미중 전략경쟁을 넘어 강대국들 간의 신냉전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단층선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 한국의 가치와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은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비롯한 대외정책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보수적인 안보관을 견지함으로써 한미동맹 재건 및 강화, 한일관계 회복, 그리고 북핵 위협에 대한 강력한 대응 등 현 정부와 차별화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상호존중’에 기반하여 당당하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중관계에는 군사안보 면에서 심각한 도전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향후 한중 간에 불거질 수 있는 군사안보 쟁점을 살펴보고 전망하면 다음과 같다.
1.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조정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조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윤대통령은 대선기간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대통령은 대선승리 직후인 3월 1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신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유치, 쿼드(Quad)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 참여,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바이오·6G·원전·우주항공 등 글로벌 혁신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는 중국에 대해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를 추구할 것이다. 신정부는 과거 정부의 대중정책이 저자세로 일관하여 한국의 주권과 안보를 저해했다고 본다. 특히 2017년 10월 사드 사태 이후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이 언급한 3불(三不), 즉 사드 추가배치 포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단념에 대한 언급이 한국의 주권을 약화시키는 결정이었다고 비판한다. 향후 신정부는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드의 추가 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체적인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하고 이를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통합할 가능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김선영, “윤석열정부, 한·미동맹 재건에 방점… 대중관계 요동치나,”
    『세계일보』, 2022년 3월 11일. http://m.segye.com/view/20220310519713
2. 신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대응
한국의 차기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견제에 나섰다. 3월 10일 시진핑 주석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임을 거론하고,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初心)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 양국 국민의 복지를 가져다 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시주석이 언급한 ‘초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대략 한중 양국이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 국익과 전략적 이해에 근거해 국교를 정상화했던 한중수교의 의미를 되새기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월 10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Global Times)도 한국 차기 정부의 대중관계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윤석열 캠프에서 내건 ‘상호존중 기반한 한중관계’와 관련하여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과 ‘상호존중’ 원칙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음을 전제하고,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서야 중국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호존중이란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도 중국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는 것은 한미동맹이나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대한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즈의 사설은 차기 정부의 ‘3불’ 파기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이어졌다. 우선 사설은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3불’이 상호존중이 결여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인식하여 추가 사드배치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는데, ‘3불’은 이전의 교착된 한중관계를 정상화한 것으로 한중 간의 상호존중을 이행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드는 한국의 방위요구를 넘어선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물이 아닌 만큼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중국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박상욱, “정부, 사드 부지 대상 '일반환경영향평가' 실시키로,”
    『중앙일보』, 2017년 7월 28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798020#home
4월 7일 ‘한중 전문가대화’에서 세 명의 전현직 주한 중국대사들도 이러한 논조를 이어나갔다. 싱하이밍(邢海明) 대사는 한중관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이 서로의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금기어’가 된 사드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닝푸쿠이(寧賦魁) 전 대사도 한중 양국은 “확고한 중한관계 발전을 견지하고 진영대결에 참여하지 않으며 신냉전을 조장하지 않으며 서로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은 신냉전을 조장하는 한미일 연합훈련과 역내 세력균형을 깨는 한국의 쿼드 참여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추궈홍(邱國洪) 전 대사는 한중관계의 세 가지 변수로 한국의 ‘3불 1한(三不一限)’ 약속 이행 여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여부, 그리고 반도체 등 미국 주도의 핵심 공급망 참여 여부를 꼽았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은 최고 지도자로부터 고위급 인사들, 학자들, 관영매체를 동원하여 한국을 상대로 정치심리전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차기 정부가 출범하고 한중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압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3.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안
차기 정부는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견지했던 정책기조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었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비중을 둔 것이다. 그러나 30년 동안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서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첫째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중국의 내정간섭을 초래하고 있다. 둘째로 한국이 안보문제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봄으로써 미국의 동맹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 셋째로 향후 ‘안미경중’ 기조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 미중 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양국 모두와 냉랭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최근 엄중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를 고려하여 정책적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안보와 경제의 분리’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에 기반한 대외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출처 : 베세토튜브(北首東管‧besetotube),
    “코로나19로 야기된 글로벌 대대공황(太恐慌, 태공황)과 루비콘강을 건넌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미중 패권전쟁의 파고를 극복하는
    베세토·글로벌 튜브.” https://besetotube.com/2020/06/02/코로나19로-야기된-글로벌-대대공황太恐慌-태공황과/
그러나 한미동맹에 기반한 대외정책으로의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중국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도 외교적으로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더라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적절한 시기를 포착해야 하고, 다른 우방국들의 참여 여부를 보아가면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에 대해서는 사전에 로드맵을 공개하고 북한의 위협 수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는 이러한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와 같이 동맹이냐 자주냐, 미국이냐 중국이냐, 이념이냐 민족이냐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대외정책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도 이행할 수도 없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할 때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은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중국이 가하는 경제보복과 자원수출 통제, 그리고 군사적 압력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이 단합하여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중국은 그러한 부당한 조치를 섣불리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방대학교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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