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현실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정치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집권 2기를 시작한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는 새로운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 전환점이었다. 중국정치는 덩샤오핑 사후 20여 년간의 기본방향과 다른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최근의 이런 변화는 중국의 대내외 정책 기조는 물론이고 엘리트 정치, 당과 정부 관계, 국가와 사회관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인식과 분석틀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기존의 관성적 인식 틀을 통해 접근하면 그 변화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고, 자칫 심각한 분석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 19차 당대회 시진핑 연설 <사진출처: 바이두>
시진핑 장기집권의 현실화
가장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가능성일 것이다. 집권1기 내내 논쟁거리였던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능성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직 삼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 이유는 장기집권을 위한 정지작업 외에는 이런 변화를 설명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관방에 따르면 이번 수정의 배경은 최고지도자가 겸임하는 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의 연임관련 규정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당장(黨章)>에는 당 총서기의 연임관련 제한 규정이 없는데 반해, <헌법>에서는 국가주석직의 임기를 재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일치시켰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설명이다. 두 직위의 임기규정을 일치시키려면 <헌법> 상의 국가주석직 삼연임 제한 규정을 유지하고, <당장> 개정을 통해 총서기의 삼연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에도 맞고 정치발전에도 바람직한 개선 방향일진데 이번 개정은 반대로 실시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장기집권 가능성으로 거론된 많은 근거들, 즉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핵심’ 칭호 부여, 본인 재임 중 <당장> 지도이념에 ‘시진핑 사상’ 삽입, 차기 최고지도자를 미리 선발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규범의 파괴, 70세 왕치산(王岐山)의 국가부주석 임명에 따른 ‘칠상팔하(七上八下) 규범의 파괴, 반부패 운동에서의 대규모 정적 숙청, 퇴임원로의 자문관행 축소, 주요 영도소조 조장의 시진핑 독점과 리커창 총리의 무력화 등 많은 조치들은 사실상 시진핑 일인 권력 강화 및 장기집권을 위한 구도와 무관치 않음이 확인되었다.
이런 변화는 분명히 지난 20여 년동안 진행된 중국정치의 발전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1990년대 이후 중국의 비약적 발전은 세계화와 시장화라는 큰 흐름에 편승한 정책의 성공과 함께, 공산당의 뛰어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공산당 리더십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정치안정이 필수였으며, 그 방안으로 집단지도체제와 안정적인 권력승계 규범을 정착시켰다. 또한 일당지배 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출현하는 고질적 병폐인 파벌 간 경쟁은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됨으로써 오히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기제로 작동되어 정치체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 중국정치의 제도화와 합리화가 진전되고, 이로 인해 권위주의 정치체제 역시 점진적으로 연성화되었다. 그동안 중국정치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이런 해석에 대부분 동의했고, 시진핑 집권기의 변화 역시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려 하였다. 그런데 최근의 중국정치 변화는 권위주의 체제의 연성화가 아닌 경성화 추세로 역진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시각의 관성적 접근으로는 최근의 중국정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치발전론 시각의 한계
국가주석직 삼연임 제한 규정 폐지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시진핑 장기집권 가능성 문제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중국전문가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기존의 인식틀로서는 이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마저 냉철한 분석과 적실한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관성적 인식 틀인 이른바 정치발전론적 시각의 한계 때문이다.
정치발전론은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와 개방의 심화에 따라 중국정치가 제도화, 합리화, 민주화의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정치발론전론은 다시 정치민주화론 시각과 정치제도화론 시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중 정치민주화론 시각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사회에서 자유주의 사조가 활발할 때 일정한 설명력이 있었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의 개혁기조가 전반적으로 비자유주의적 방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사실상 설명력을 상실했다. 국내를 포함한 해외연구에서 일부 이런 시각을 고수하는 주장도 있지만, 극소수이고 중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주관적 기대에 불과하다. 이 시각의 중국정치 분석은 규범적 차원의 비판은 쉬울지 모르지만, 중국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올바른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발전론적 접근에서 좀 더 설명력이 크고 대다수 중국 연구자들이 수용하는 시각은 정치제도화론이다. 정치제도화론 시각은 정치발전의 개념을 민주화의 진전이라는 협소한 범위에 한정하지 않고, 좀 더 폭넓게 정치과정에서 합리적 제도화와 절차적 정당성의 진전을 모두 정치발전으로 간주하는 시각이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시기를 경과하면서 중국정치는 많은 분야에서 제도화와 합리화가 진전되었고, 이는 정치안정과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특히 엘리트 정치에서의 안정이 크게 작용했다. 비공식 규범이긴 하지만 10년 주기 세대교체라는 지도자 승계규범의 확립과 집단지도체제에서 파벌 간 타협의 정치를 이룬 것은 정치제도화의 큰 진전이었다. 정치제도화론 시각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일당지배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연성화로 이해하고, 이념적 측면에서도 중국공산당이 유연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국가발전론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그런데 시진핑 집권 이후 이런 시각의 설명력은 큰 한계에 직면했고, 지난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그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필자는 국가발전론이라는 더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때 시진핑 시대의 정치변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발전론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그리고 대외관계 영역을 포괄하는 국가대전략의 한 부분으로 정치변화를 이해하는 접근이다. 즉 정치발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발전이라는 대전략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서 권력구조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시진핑 시대 정치변화가 비단 엘리트 정치 영역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경제사회구조의 질적 전환이라는 과제를 실현하지 못했다. 2006년 제11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서 제출된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이라는 개혁목표는 뚜렷한 성과 없이 지금까지도 구호만 반복되고 있다. 후진타오 시대에 제시한 조화사회(和諧社會) 건설이라는 목표 역시 뚜렷한 성과 없이 사라진 구호가 되고 말았다. 후진타오 시대의 미완의 과제를 떠안고 출발한 시진핑 체제에서 경제사회 구조에 대한 질적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자칫 중진국 함정이라는 개혁의 덫에 빠져들 위험이 큰 것이다.
시진핑은 이처럼 개혁이 지체되는 가장 큰 장애가 기득권 엘리트층의 뿌리 깊은 부패구조와 이들의 개혁저항에 있다고 본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반부패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전면적 개혁심화(全面深化改革)와 엄격한 당의 통치(從嚴治黨)를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제기한 것이다. 요컨대 시진핑 체제에서 국가경영은 반부패 운동을 통한 개혁저항 세력의 제거, 전면적 개혁심화를 통한 경제사회 구조의 질적 전환 추진,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효율적인 리더십 구축으로서 일인권력 집중이 하나의 패키지로 연동되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반부패 – 개혁심화 - 권력집중’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일인 권력집중과 장기집권의 현실화 문제를 집단지도체제의 붕괴냐 아니냐라는 엘리트정치의 협소한 틀에서만 설명하려 해서는 안된다. 최근 중국정치의 큰 변화는 국가발전 전략과 깊이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좀 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시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시진핑 시대 정치변화가 정치발전론적 시각에서 볼 때 명백한 퇴행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회에서 왜 큰 저항이나 비판 없이 수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반부패 운동 과정에서 조성된 당과 국가의 강압적 공안통치가 하나의 중요한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공안통치 요인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 중국사회가 다원화된 민주국가에 비해 시민사회와 비판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발전의 명백한 퇴행 앞에서도 그저 숨죽이고 있을 만큼의 무비판적인 사회는 아니다. 현재 중국 사회는 강압적 공안통치와 정치발전의 퇴행에도 불구하고, 비판과 저항보다는 수용과 지지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 원인은 대다수 국민들과 지식인들이 시진핑 체제와 중국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을 정치발전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국가발전의 맥락에서 수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중화민족주의 정서의 영향도 크다. 국가적 자긍심과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운 ‘중국의 꿈 실현’이라는 통치구호는 중국사회 전반에서 비판적 문제의식을 마비시키고 국가주의 과잉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 구호는 지난 정권에서 제출된 ‘삼개대표론’이나 ‘과학적발전관’이라는 통치이념과 달리 일반국민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국민통합에 매우 적실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활발하게 전개되어 오던 지식인들 사이에서의 좌우 진영 간 이념논쟁의 여지를 제거함으로써 비판담론도 축소되고 있다. 이런 통치전략은 정치발전의 측면에서는 퇴행이지만, 국가발전의 측면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위험요인
마지막으로 향후 중국정치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최근 중국의 정치변화를 국가발전론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 주장이 향후 중국의 국가발전 및 정치안정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실현하기 위해 당 중심의 고도의 권력집중이 긴요하고, 시진핑 총서기가 그 중심에서 대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중국정치사에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신시대’라는 새로운 역사에 스스로 몸을 던진 시진핑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과 실패의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 공과는 온전히 시진핑 자신이 떠안게 될 것이다. 그의 희망대로 마오쩌둥의 ‘자주독립 실현(站起來)’과 덩샤오핑의 ‘부유한 중국 실현(富起來)’에 이은 ‘강대국 실현(强起來)’을 완성한 신시대의 역사적 위인이 될지, 아니면 중도 실패로 중국의 부상이 지체되고 모든 실패의 책임을 떠안은 채 역사의 반동으로 전락할지는 아직 모른다. 향후 전개될 중국정치의 가변성과 불확실성을 전제할 때, 우리는 향후 시진핑 체제가 맞닥뜨릴 주요 위험요인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경제와 민심의 향배다. 모든 국가가 그렇듯이 중국공산당의 통치정당성 역시 가장 중요한 원천은 인민의 확고한 지지에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인민의 지지는 정치적 측면보다는 주로 경제사회적 만족에서 나온다. 최근 시 주석이 ‘위대한 인민’을 빈번히 언급하고 민생정책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재촉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의 장악력에 비춰볼 때 향후에도 사회문제는 상당정도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경제다. 경제문제에서 국내적 혹은 국제적 위기 발생은 예측과 통제가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민심의 동요와 함께 시진핑 리더십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엘리트 정치의 균열 가능성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집단지도체제의 작동규범은 상당정도 파괴되었다. 승계규범은 파괴되었고 3대 파벌구조 와해되었으며,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전임지도자의 자문관행도 크게 약화되었다. 또한 반부패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정적들이 양산되어 다양한 정치엘리트 집단 간의 연합정치의 기반도 파괴되었다. 덩샤오핑 사후 집단지도체제를 고안하게 된 배경이자 이 제도의 작동원리였던 엘리트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당장에 엘리트정치의 균열과 정치불안을 가져올 것이라는 뚜렷한 징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중국의 현대정치사다. 중국현대사에서 일인권력이 집중되면 예외 없이 엘리트 정치의 균열을 초래했던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그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피할 수 없었다. 엘리트정치의 균열은 첫 번째 요인인 경제사회적 문제가 촉발하는 민심이반과 결합될 때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셋째, 대외문제 요인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공산당 통치정당성 전략에서 이전 지도부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 대외적 부상 자체를 정당성 강화의 원천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대내적 발전을 위한 유리한 외부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았던 기존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탈피하여,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글로벌 리더국가로의 부상을 주동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 전략으로 전환되었다. 시진핑 시대 통치구호인 ‘중국의 꿈 실현’의 함의가 장쩌민 시대의 ‘삼개표론’이나 후진타오 시대의 ‘과학적 발전관’, ‘조화사회 건설론’과 다른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정치는 국내정치와 대외정치의 연계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예컨대 시진핑 체제가 대내적 위기에 직면할 경우, 대외적 성공과 외적 변수를 적극 활용할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외적 성공 뿐 아니라 대외적 위기를 대내적 통치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에도 주의해야 한다. 내부적 위기 상화에서 대중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은 가장 쉽게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유혹적인 이슈는 양안관계일 것이다. 중국이 타이완과의 통일 이슈를 공세적으로 제기하여 양안관계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이 고조된다면, 중국 내부의 대중민족주의 정서는 크게 고양될 것이고, 이는 중국공산당에게 내적 위기를 덮어버릴 좋은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글 ㅣ 세종대 이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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