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마찰 전망

예견된 미-중 통상마찰, 그러나 근래 들어 최고조 양상
G2, 즉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과 갈등이 2018년 들어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최근 미-중 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무역적자 해소를 둘러싸고 고율의 관세부과 vs 보복관세조치, 기준 금리인상 vs 위안화 환율 등을 놓고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첨단산업분야의 대미(對美)투자 제한 및 화웨이(Huawei), ZTE 등의 수입제한 조치 등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하여 중국도 미국산 과일, 철강 등 120개 수입품목과 돈육 등 8개 수입품목에 각각 15%와 25%의 보복관세부과 계획과 추가적인 보복조치 가능성 등을 발표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상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양국 간의 갈등이 이제 분쟁단계로 더욱 심화되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미-중 통상마찰은 중국이 G2가 된 2010년 이후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며 상반기 갈등 고조이후 하반기 갈등 완화 및 협력이라는 패턴을 지속하고 있어, 올 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림-1> 미-중 통상마찰과 예측불가능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
(좌) South China Morning POST(2018.3.26); (우)Global Times(环球时报 해외판, 2018.3.13).
미-중 통상마찰과 그 후 예상할 수 없는 결과, 즉 미-중 양국의 충격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이채롭다.
시진핑 장기집권의 현실화
미-중 통상마찰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경제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의 영향력 축소는 미-중간의 경쟁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라미(Pascal Lamy) WTO 前사무총장도 2010년 1월 “앞으로 수년 동안 자동차에서 화학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에서 미-중간의 통상마찰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속에 주요 무역상대국들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제조업 및 일자리 복원을 통한 경제성장(Bringing Back Jobs And Growth)을 강조하며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Trade Deals Working For All Americans) 재협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19차 당(党)대회를 통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习近平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思想)’을 당장(党章)에 삽입하며 ‘강력한 중국(强国时代)’을 강조하며 시진핑 주석 2기 정부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경제가 내수중심의 성장이 아닌 수출중심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주요 수출상대국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양국 간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對中 견제 강화 vs.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미-중 경쟁관계는 최근 3~4차례에 걸쳐 첨예한 갈등을 이미 진행하였거나 진행 중이다. 첫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었으나 영국, 프랑스, 한국, 호주 등 64개국이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둘째, 2015년 9월 美금리인상을 둘러싼 달러($)화와 위안(RMB)화 간의 통화‧환율 갈등이었으나, 미국이 예상과 달리 그 해 12월 1차례만 인상하였고 상하이증시도 원상태로 거의 회귀함으로써 중국의 우세승으로 보인다. 셋째,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관계로서 동 사안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어려운 상태이나, 올해 5월말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高관세 부과를 둘러싼 미-중 통상마찰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첫째, 현실화되는 G1으로서의 중국에 대한 예측 증가, 둘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변화하는 상태, 셋째, 미국의 영향력 약화의 현실화, 넷째, 과거 플라자 합의(1985.9.22) 때의 일본과는 다른 중국의 모습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의 RMB 환율문제를 견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중국은 과거 일본의 전례에 대한 충분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미국이 원하는 굴레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있어 미국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또한 1985년 미-일(1:3.1)과는 달리 미-중(1:1.6) 경제적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미국을 힘들게 하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이 신창타이(新常态) 시대에 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대 후반의 고도성장을 거듭함으로써 미-중간의 경제적 격차 축소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 국제적 영향력 확대 및 군비 증강 등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5가지 주요 변수가 매우 중요하나, (상반기) 갈등 고조/(하반기) 갈등 완화는 지속될 듯
현재 진행 중인 미-중 통상마찰이 상반기 갈등 고조, 하반기 갈등 완화라는 기존의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5가지 변수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국내경제 안정과 성장 여부이다. 상반기 중,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안정세, 중국의 대외무역 증가율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성과를 실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미-중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한다면 미-중 통상마찰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2.3%)이 2017년 4분기(2.9%)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해, 9월 이후 미-중 통상마찰의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경제성장 전환, 즉 내수확대 및 서비스산업 발전이 예상보다 완만한 상태이고 일대일로(B&R) 이니셔티브와 AIIB의 성공적 안착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핵심 수출상대국인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최대한 완화할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
둘째, 9월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이다. 지난 1월 개최된 미국경제학회(AEA) 최대 관심사는 단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였고 지역연방은행 총재들 간에도 2회 또는 3회 이상 금리인상을 놓고 논쟁 중이다. 일부는 미국의 경제성장 추세가 과거 연 4회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시기(1994; 2004; 2005; 2006)와 유사한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와 같이 상반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을 기록한다면, 9월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분기 소비지출이 2013년 이후 가장 부진한 증가세(1.1%)를 보였다는 점은 9월 금리인상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이는 곧 미-중 통상마찰의 완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5월말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 결과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성과를 도출할 경우,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되는 반면에 중국의 영향력은 다소 약화될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이 먼저 미-중 통상마찰 완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미국의 힘에 반하는 국가가 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미국은 중국에 대한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와 그 후 연임 가능성 여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내 제조업투자 강화와 그에 따른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그리고 과거와 같은 팍스아메리카 재건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 진행될 중간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미-중 통상마찰의 강화 또는 완화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이를 반영하여 미국산 제품 구매, 대미(對美) 투자 등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고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인으로, 미-중 통상마찰 확대이후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과 충격이다. 미-중 통상마찰이 더욱 고조되고 양국 경제관계가 경직될 경우, 미-중 경제 모두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양국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상호 경쟁을 통한 승자를 결정한 결과보다는 패자가 되었을 때 받을 충격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든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될 경우, 미국은 관광산업, 유학생 유치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충격은 물론이고 국제적 영향력의 급락과 미-중-EU라는 분할 패권의 현실화가 예상되고, 중국도 1980년대 중반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모두 양국 갈등의 직접적인 확대보다는 표면적으로는 갈등과 완화의 지속, 물밑에서는 교류와 협력의 강화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보아오포럼에서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와 금융시장의 확대 개방을 밝혔고 미국도 5월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 포함한 무역대표단을 중국에 보내 미-중 무역통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중 통상마찰은 정치‧군사‧안보의존도가 높은 동맹국인 미국과 경제‧무역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한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며 새로운 입장 정립을 강요한다. 앞으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포지셔닝(positioning)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정책의 철학 또는 대원칙(outline)을 정립하고 근본적인 대처를 통해 미-중 경쟁관계라는 피하고 싶으나 피할 수 없는 정치‧외교‧경제‧통상의 늪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을 주문해본다.
  • <그림-2> 미-중 통상마찰과 한국의 어려움
    한겨레신문(2017.8.8.), "미-중 무역전쟁, 한국만 새우등 터진다?"
  • <그림-3> 2018년 미-중 무역마찰 현황
    뉴스핌(www.newspim.com), 한 눈에 보는 미중 무역 전쟁, 2018.4.10

글 ㅣ 부경대 중국학과 서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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